사약재료로 쓰일 정도로 독성 강한 식물

천남성은 유독성 식물로 옛날에 죄인에게 사약을 내릴 때 뿌리를 다른 식물과 함께 달여 사용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날로 먹으면 혀와 입술이 붓고 마비 및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천남성은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그늘진 숲속에서 자란다. 꽃이 특이하게 생겼는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은 꽃잎이 아니고 꽃차례를 감싸고 있는 포(苞, 꽃턱잎)이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암수딴그루로 피며 녹색을 띠고 알뿌리의 크기에 따라 성전환을 한다. 알뿌리에 저장된 양분이 적은 어린 개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알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개체는 수꽃을 피우며, 충분히 자란 개체는 암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동식물 중에서 크기가 커지면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종류가 많은데 영양분이 충분한 개체가 많은 후손을 퍼뜨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천남성 꽃에는 자주색 바탕에 흰줄무늬가 있어서 파리나 하루살이를 유인한다. 파리나 하루살이가 포 안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면 탈출하려고 하지만 포의 벽이 매끄럽기 때문에 기어오를 수가 없다. 유일하게 오를 수 있는 발판이 수술과 암술인데 기어 올라가면 끄트머리가 갑자기 굵어져 마치 천장처럼 파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파리나 하루살이는 탈출하려고 안간 힘을 쓰는데 다행히 수꽃에는 아래 부분에 작은 틈새가 있어서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꽃가루를 뒤집어쓰기는 하지만 어쨌든 살아나올 수 있다. 그러나 수꽃에서 꽃가루를 묻혀 나온 파리나 하루살이가 암꽃 속으로 들어간다면 파리는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포 안에서 헤매며 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 탈출할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신동하 종자원 충남지원장=우리 꽃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10회에 걸쳐 한국 야생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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