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ㆍFTA·이상기후 대응 넘어 품질·효율 경쟁
ㆍ정부, 2026년까지 거점 APC 100곳 구축, 저온 인프라 병행 확충
FTA 체결 확대와 기후위기, 소비시장 다변화가 맞물리며 산지 유통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까지 갖춰야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수입 농산물과의 정면 경쟁이 불가피한 과수·채소 산업의 경우, 기존의 가격 지지 위주의 대책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농업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정부가 중점 육성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다.
기존 APC가 수확 농산물을 집하해 선별·포장·저장·출하하는 단순한 기능에 머물렀다면, 스마트 APC는 자동화 설비, 정보화 시스템, 디지털 생산관리 플랫폼을 갖춘 통합형 유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생산부터 선별, 저장, 물류, 정산까지의 전 과정을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산지 조직의 경영 효율성과 유통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정부는 이러한 체계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2023년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스마트 APC 100개소를 2027년까지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이를 2026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APC 스마트화·광역화 계획’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지역 내 품목 특성을 반영한 역할 분담과 취급 계획을 토대로 산지를 거점화·전문화하고, 생산·유통·정산 등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적 추진을 뒷받침하는 핵심 예산사업이 바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립지원사업’이다. 동 사업은 매년 국비와 지방비, 자부담을 포함한 복합재정 구조로 신규 또는 기존 APC의 스마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국비 기준으로 2023년 192억 원, 2024년 210억 원, 2025년 198억 원이 각각 투입됐으며, 총 사업비는 신규 25억~80억 원, 보완 5억~80억 원 내외로 지원된다. 재원 분담은 국고 30%, 지방비 30%, 자부담 40%이며, 지자체 직접 추진 시에는 국고와 지방비가 50:50으로 구성된다.
지원 대상은 정부가 승인한 생산유통통합조직(출자출하조직 포함) 중, 원예산업발전계획 및 광역 스마트 APC 구축 계획을 수립한 지자체 또는 유통조직이다. 사업 부지가 미확보된 경우나 APC 디지털 지원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조직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푸드플랜 패키지(APC) 유형은 먹거리 계획 협약을 체결한 지자체만 신청할 수 있다.
지원 항목은 △토목 및 건축공사 △전기·통신·소방설비 △감리 및 컨설팅 △상품화설비류 △ICT 통합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한 설비 보완이 아닌 ‘디지털 유통 거점’으로의 구조 개편을 전제로 한 포괄적 지원 체계다.

# AI·자동화로 처리능력 2배, 농가 수익도↑
스마트 APC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경북 남김천농협과 강원 철원의 한반도농협이 꼽힌다. 두 사례 모두 특정 품목에 특화된 APC를 스마트화함으로써, 인력 효율과 처리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농가 만족도와 수익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김천농협은 기존의 수작업 중심 양파 선별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처리 능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양파 선별기 및 자동화기기를 도입한 결과, 일일 선별능력은 종전 10톤에서 20톤으로 두 배 확대됐다. 기존 17명이 투입되던 선별 인력도 13명으로 4명 줄어들면서 약 23%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실현했다.
한반도농협은 토마토 APC 스마트화를 통해 ICT 기반의 통합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AI 카메라와 RFID 기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선별·포장뿐만 아니라 입고부터 출하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상품의 품위별 분류 정확도는 물론, 물류 처리 속도와 정보 관리 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운영기간은 4개월에서 7개월로 연장됐고, 선별 물량도 1일 15톤에서 1일 80톤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출하 농가는 47호에서 61호로 확대되며, 조합 단위 APC의 활용성과 규모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러한 민간 사례를 바탕으로 스마트 APC 표준모델과 인정 기준을 마련해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아울러 APC 지원시스템의 기능 고도화를 통해 입고·저장·출하·정산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도매시장 온라인 연계 등 디지털 거래 환경 조성도 본격화하고 있다.
FTA 확대 국면에서 농업이 가격이 아닌 품질과 공급 능력, 유통 효율성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산지 APC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스마트 APC는 단순한 집하 거점을 넘어, 산지조직의 경영관리 역량을 끌어올리고, 생산자·소비자 간 신뢰 유통을 구현하는 디지털 플랫폼이자 물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광역 APC 모델을 본격화하며, 품목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역할 분담과 공동마케팅 체계까지 연계해 유통 구조 전반의 선진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 신선도·수급안정 잡는 ‘저온유통체계’ 산지혁신 가속
FTA 확대와 이상기후,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국내 농산물 유통의 전환점이 되고 있는 것이 ‘저온유통체계 구축사업’이다. 정부는 농산물 유통과정의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고, 상품성 향상과 수급 안정, 소비자 신뢰 제고를 목표로 저온유통 인프라를 산지 단계에서부터 대폭 확충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수확 직후의 예냉과 저온저장·저온선별·냉장수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체계화함으로써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와 유통 기간 연장을 실현하고자 한다. 특히 가격 변동성과 품질 민감도가 높은 원예농산물 분야에서, 생산자단체의 수익성과 수급조절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 개편형 지원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업시행 주체는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단, 김치가공업체 외 생산자 지분 50% 이상 조건),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김치가공업체, 그리고 지역먹거리계획(푸드플랜) 협약을 맺은 지자체다. 주관기관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이며, 지역 내 원예산업 발전계획과 연계한 사업 추진이 원칙이다.
지원 자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실질 유통능력을 갖춘 조직으로 제한된다. 기준은 원예농산물 취급액 연간 5억 원 이상, 김치가공업체는 계약재배 실적이 5천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효율 인증 또는 녹색인증 장비 사용을 권장하며, 의무자조금 대상 품목에 대한 납부 실적이 없는 경우, 최근 5년간 동 사업 참여 이력이 있는 경우 등은 선정에서 제외된다.
올해 중점 지원 대상 품목은 정부의 수급안정관리 전략과 연계돼 선정된다. 양파, 마늘, 사과, 배 등 긴급 수급관리 품목, 포도·딸기 등 수출 스타 육성 품목, 배추·무 등 김치 원료 품목을 포함한 원예작물과 버섯류가 해당되며, 식량작물·화훼·임산물은 제외된다.
지원 내용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산지저온시설 분야로, 예냉설비, 저온저장고, 저온선별장 등의 신설 및 보수 공사를 포함하며, 저온유통시설 설치 시 ICT융복합을 위한 입출고관리, 재고관리 등 스마트 관리기반 장비 설치도 가능하다.
둘째는 저온수송차량 지원으로, 냉장탑차 또는 PCM(축냉식) 기반의 냉장차량을 신규 구입하거나 기존 차량을 개조하는 사업이 포함된다.
사업 재원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에서 지원되며, 보조율은 국고 30%, 지방비 30%, 자부담 40% 구조이다. 단, 지자체(푸드플랜)의 경우 국고 30%, 지방비 70% 구조로 예외 적용된다.
2025년에는 총 20개소 내외를 선정해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지유통조직의 상품성 관리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가격·수급 불안 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생산과 가격 변동성이 높은 과수·채소류의 경우, 수확 후 예냉과 저온보관, 적정 시기의 분산 출하가 곧 수익성 향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유통 인프라 개선은 농가소득 안정과도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지에서의 유통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과제로 떠올랐다. 수출시장 확대와 국내 소비자 신뢰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선 수확 이후 단계의 물류 품질 확보가 핵심이다. 정부는 향후에도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스마트 APC와의 연계, 품목별 물류 특성 분석 등을 통해 보다 정교한 산지 유통 시스템으로 진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제작지원 : 2025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