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생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은 원예작물 등 농작물 생장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2023년 농식품부 및 농촌진흥청 재해통계에 따르면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으로 인한 원예작물의 피해액은 1,350억 원 이상. 이로 인해 파생되는 농산물 가격 급등 등 간접적 영향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확연히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 대응 방안으로 디지털 육종이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육종의 최대 강점은 ‘빠르고 정확하게’다. 이상기후 대응형 품종 개발에 디지털 육종이 필수인 이유다.
국내 디지털 육종 기술의 중심기관인 농촌진흥청은 유전체 기반 육종, AI 기반 품종 선발, 정밀 표현형 분석 등을 통합한 ‘디지털 육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까지 플랫품 개발을 완료하고 ’26년 까지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산하 연구기관과 도 농업기술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대사체, 표현체 데이터를 통합하고 ’27년부터는 민간 종자기업의 데이터 통합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라이빗 데이터 관리시스템(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구축했으며 민관협의체를 구성(농촌진흥청), 민간기업과 상시 소통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 70억 원의 예산으로 ‘공공성확보를 위한 국가기반육종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선진화사업의 일환으로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NABIC(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와 연계한 대사체, 표현체 데이터 구축사업(연 30억 원)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도 올해 64억원, ’26년, ’27년 각각 100억의 예산으로 ‘첨단 정밀육종 활용 고부가 산업화’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이들 기관의 디지털 육종 연구예산은 총 164억원. 글로벌 종자기업인 코르테바의 디지털 육종 연구비는 약 2,000억원(2020년). 국내와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국가 단위의 예산이 한 기업 예산의 10%도 안된다는 것은 생각의 여지가 많다.
글로벌 기업이 이상기후 대응형 품종 등 ‘디지털 육종 전략 품종’을 선점할 경우 우리나라 식량안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내 디지털 육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기구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대통령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내 디지털 육종 파트가 있다고는 하나 형식적 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육종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천과정에서 필요한 예산 확보와 정책 개발 등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있는 힘 있고 전문성 있는 기구 운용이 시급하다.
/김창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