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상대응 위한 무병묘 확대·신품종 육성 긴요
▣ ‘이상기상 대비 과수산업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과수산업이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상기후의 일상화로 인한 생육 불안정, 병해충의 연중화,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품종 편중 및 재배지 집중 등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내수 소비는 정체된 반면, 수입과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생산기반은 고령화로 약화되고 있으며, 기존의 정책적 대응이나 산지조직의 대응체계 역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수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실질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정책, 유통과 수출 등 모든 축에서의 진단과 논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토론회는 과수산업을 둘러싼 위기 요인을 다각다로 분석하고, 향후 10년 30년을 내다보는 산업전략의 단초를 위한 공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 주최 :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한국사과연합회
■ 주관 : (주)원예산업신문
■ 후원 :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일시 : 5월28일(수) 13:30~16:30
■ 장소 :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회의실
■ 주제발표
1주제 김대현(국립원예특작과학원 부장), 2주제 천재안(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 박사)
■ 종합토론
좌 장 : 강상조(전 한국과수협회장)
토론자 :
지수아(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
장호광(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지유통부장)
이수환(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부 과수화훼팀장)
윤성준(대경사과원예농협 영주유통센터장)
송태명(한국과수농협연합회 과장)
■‘민간 중심 과수 신품종 전문생산 및 유통 통한 농가소득 제고’(한국형 제스프리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 과수산업 위기는 생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입부터 소비까지 모든 가치사슬이 분절돼 있는 구조 자체가 핵심 원인이다.
과수산업은 현재 단편적인 위기가 아닌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배면적이 늘고 생산액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공급력과 수출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생산은 고령화와 기계화 지연, 소비는 디지털화·다품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품종 편중과 분절된 유통·판매 체계는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고령화와 소면적 영세 구조가 병목을 일으키고 있다. 전체 농가의 70% 이상이 1ha 미만 소규모로 과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원 기계화율도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정, 방제, 수확 등 주요 작업의 70%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력 확보는 물론, 생산비 부담까지 겹쳐 산업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
한편, 유통 단계 역시 APC 기능 저하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병목이 심화되고 있다. 공동선별, 저장, 포장, 마케팅 등 유통 전반에서 시스템화가 지연되고 있으며, 선별 기준도 당도 중심의 고품질 선별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비파괴 당도선별기 등 일부 기기 도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농가 신뢰도는 낮고, 정보 전달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심각한 병목은 소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입 과일의 품질·가격·정보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국산 과일은 매력도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수입 과일은 당도, 산도, 저장성 등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정보를 포장에 직접 제공하고 있는 반면, 국내 규격 표시제는 여전히 생산자 중심, 산지·품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비자와의 괴리가 크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당도(74%), 신선도(49%), 저장성(21%)을 구매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현재의 표준화 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전 과정을 통합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우선, 품종 중심의 광역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유통 기능을 내재화함으로써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품종 분산, 단지 분산 구조에서는 물량 단위 유통이나 통합 마케팅이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신품종의 보급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민간 주도 실행조직의 출범이다. 단순한 품종 보급만으로는 현장 정착이 어렵기 때문에, 계약재배, 출하 조절, 브랜드 마케팅까지 총괄하는 사업단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품종 선정부터 판매 전략까지 아우르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야 하며, 정부는 정책, 기술, 예산 등 후방 지원 역할에 집중하는 보완적 파트너로 기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제스프리 모델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과수 통합 브랜드 체계 확립이다. 뉴질랜드 제스프리는 생산과 마케팅을 이원화해 품질 균일화, 출하 통제, 연중 공급을 실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역시 특정 신품종을 중심으로 단일 브랜드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통과 판매 전략을 일원화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가진 민·관 공동 거버넌스 형태로 구성돼야 하며, 자조금단체, 품목농협, 민간 유통사 등이 공동 운영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결국 신품종은 단지에서 묶고, 조직이 팔고,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과수산업이 지금의 병목을 벗어나려면 단편적인 마케팅이나 품종 전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치사슬 기반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비로소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시장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이상기상 대비 무병묘, 품종 보급 활성화 방안’

▲천재안 중앙관리묘목센터 박사 =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과수농업의 위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과수는 생육 기간이 길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전 과정이 기상 조건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온의 변동성이나 강수량 변화, 이상고온·저온 현상은 곧바로 작황과 수확량, 품질에 직결된다.
최근 몇 년간 실제 피해 사례는 이 같은 위험이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2023년, 경북 지역의 사과 농가에서는 총 20,886ha에 달하는 저온 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해당 지역 사과 재배면적의 72%에 해당한다. 생산량 역시 평년 대비 15만 톤 가량 감소하며 큰 손실을 입었다. 2025년에는 경북 상주를 중심으로 배꽃의 불임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특정 지역에서는 배꽃의 99%가 수정되지 못했고, 일부 농가에서는 피해율이 90%를 넘겼다. 또한, 2023년 장마와 폭염이 겹치면서 경남 지역에서는 사과 탄저병 피해가 확산됐고, 폭염이 극심했던 2024년 여름에는 열과, 착색 불량, 낙과, 과피 갈변 등의 피해가 잇따르며 일부 품목은 평년 대비 수확량이 30~50%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천 박사는 신품종 육성과 무병묘 보급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신품종 육성 측면에서는 고온 적응성, 내병성·내충성, 개화기 조절이 가능한 유전 형질을 확보한 품종의 개발이 핵심이다. 더불어 조·중·만생종 간의 균형을 갖춰 이상기후에 따른 위험 분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착색이 우수한 만생종 품종의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도 제시됐다. 이러한 품종 다변화는 단순히 기후 대응을 넘어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맞춘 시장 대응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무병묘 보급은 바이러스 감염의 사전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수 바이러스는 수량 감소는 물론 상품과율까지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는데, 감염 여부는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일반 묘목에서는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 주요 과수는 모두 다양한 바이러스·바이로이드에 노출되어 있으며, 무병묘의 활용은 품질 향상과 생산 안정성 확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감염묘를 사용할 경우 품질 저하가 매우 뚜렷하며, 실제로 감염된 사과와 포도에서 상품과율이 크게 감소한 사례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현재는 4개 과종 114품종의 원종을 확보하고 있으며, 모수포 조성과 고접 관리, 특성 검정, 접수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무병묘의 보급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생산기반 확대와 함께 공급 안정화를 병행하고 있다.
향후 목표는 2030년까지 무병묘 보급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급 대상 품종의 확대뿐 아니라,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입비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품종과 무병묘의 연계 보급은 단순히 병해 대응 차원을 넘어, 과수 산업의 전반적인 생산 안정성을 제고하고 농가 소득 향상, 과일 가격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농업 기반 구축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