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Q 심의, 산지 참여 없는 구조적 한계
TRQ 심의, 산지 참여 없는 구조적 한계
  • 나동하
  • 승인 2025.06.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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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농산물 수입 및 양곡 매입에 대한 감사’ 결과는 TRQ(저율관세할당) 운영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특히 마늘·생강·양파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수입 증량이 대부분 평균 3.9일간의 서면 심의로 처리됐고, 필수 제출자료도 일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해당 결과를 수용하며 제도 개선을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미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입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서 산지와 생산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책이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농산물 수급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결과적으로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물량 증량은 시장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조치다. 특히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하거나 계절적 출하 집중이 있는 품목일수록 정책 결정 이전에 산지 현장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는 그러한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수급 조절과 시장 대응은 통계에 기반한 중앙의 판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의 현장성과 대표성을 갖춘 생산자 의견 반영 체계, 즉 산지 참여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정책 신뢰성과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다.

TRQ 제도의 운영과 수입 정책 결정 과정에서 행정의 절차적 적정성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참여 구조 역시 함께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일방적인 공급조정보다, 사전적 협의를 통한 공동 대응 체계가 농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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