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 권성환
  • 승인 2025.06.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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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상 대비 과수산업 ‘구조 재편’ 시급
생산-유통-소비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과 민간주도 조직화가 해법

▣ ‘이상기상 대비 과수산업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강상조 전 한국과수협회장(좌장) = 이상기상에 따른 과수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앞서 김대현 부장과 천재안 박사의 주제발표를 통해 들어봤다.
이제부터는 정부, 유통, 생산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현실적인 대응 방안과 정책적 보완 과제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다. 

 

 

 

 

▲지수아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 = 과수산업은 생육 기간이 길고 기상 조건에 민감해, 이상기상이 반복되면 생산성은 물론 유통, 소비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부터 과수산업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구체화해왔다.
2024년 수립한 ‘기후변화 대응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핵심은 민관이 협력해 실행력 있는 대응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제스프리 모델’을 하나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품종들은 아직까지 생산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단순히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지에서의 인지도 제고와 판로 확보가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신품종에 대한 관심과 수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유통과 생산 부문이 함께 힘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품종 보급·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4단계 체계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추진 중이다.
우선, 품종 보급 단계에서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을 중심으로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현장에서 우수 농가들이 직접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후 생산 단계로 넘어가면, 기존 묘목 갱신 중심의 소극적 대응을 넘어,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통해 신품종 중심의 구조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소비지에서 이미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썬플러스’ 같은 민간 브랜드가 신품종 보급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유통 역량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APC를 기반으로 한 집하·선별 체계 역시 민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강상조 회장 = 지수아 사무관의 발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응 방향을 실무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장호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지유통부장 = aT는 현재 한국형 제스프리 모델의 확산을 위해 지원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 APC 구축 사업이 있으며, 이 사업의 선정 과정에서 한국형 제스프리 시스템에 가입한 APC 사업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아울러 매년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생산유통통합조직 육성사업’에서도 해당 시스템 참여 여부를 반영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동선별비 지원사업의 경우, 제스프리 시스템에 가입한 단체에 대해 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하는 인센티브 적용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도매시장 및 공공급식 통합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해당 플랫폼에 출하하는 조직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 조절 분야에서는 정부 수매나 강안과실 지정 출하 시, 한국형 제스프리 참여 조직에 대해 우선 지정 또는 수매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수출 관련 지원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aT는 앞으로도 한국형 제스프리 사업이 현장 중심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참여 조직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강상조 회장 = 산지유통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과수 유통 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주시리라 기대된다. 

▲이수환 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부 과수화훼팀장 = 신품종 전문생산단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품종 선정부터 유통 기반, 정부 지원까지 전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불확실성과 품종별 특성을 감안한 단계별 사전 검토가 중요하다.
우선, 기후 변화에 대응 가능한 고온기 및 이상기후 저항성을 갖춘 품종 선별이 기본이다.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남 지역이 전체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역 맞춤형 품종 도입이 재배 안정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소비자 선택성도 중요하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트렌드로 중소형 품종 선호가 확대되고 있어, 대과 위주의 기존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연중 소비 가능한 품종 중심의 공급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적합성과 생육 용이성 확보를 위해 단지 조성 전 시험 재배가 필수적이다. 수확 시기가 집중되는 품종은 노동력 수급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이 높은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품종 선정, 지역 적합성, 재배 용이성, 수급 기반, 정부 지원, 유통 연계 등 전 과정이 함께 설계돼야만 신품종 단지의 지속 가능성과 농가 소득 안정이 실현될 수 있다.

▲강상조 회장 = 이수환 팀장이 제시한 단지화와 신품종 정착 방향은 농협이 주도해야 할 과제이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령농 중심의 재배 구조 속에서 단지 조성과 소득 안정 장치 마련은 농업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농협, 연구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윤성준 대경사과원예농협 영주유통센터장 = 국내 유통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과 연중 공급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거래가 어렵다. 이는 품종 갱신이나 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 선결 조건이며, 유통 기반 없이 신품종 도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저장성이다. 연중 공급을 전제로 한 소비지 중심 유통에서는 저장성이 곧 경쟁력이며, 후지·신고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장성과 공급 안정성을 함께 담보하는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특정 품종의 시장 경쟁력을 위해선 ‘브랜드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상위 등급 중심의 마케팅에 머물러 전체 물량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0등급부터 10등급까지 전량을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생산과 유통의 일관성을 보장한다.
초기 브랜드 전략도 고급화보다는 가격 대비 품질을 앞세운 실속형 브랜드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 후, 프리미엄화로의 단계적 전환이 바람직하다.
결국, 품종 중심의 광역 산지조직, 저장성 기반의 유통, 전량 책임 구조, 소비자 인지도 확보라는 네 축이 조화를 이뤄야 한국형 제스프리 모델이 현실화될 수 있다.

▲강상조 회장 = 유통 정책과 브랜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송태명 한국과수농협연합회 과장 = 안정적 공급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국 단위의 공동브랜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뉴질랜드 제스프리 사례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통합 시스템으로 품질 균일화, 공급 안정, 농가 소득 증대를 동시에 이뤄낸 대표적 성공 모델이다. 우리 과수산업에도 단순한 벤치마킹을 넘어 실현 가능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같은 구조를 토대로 추진되는 것이 과실 공동브랜드 ‘선플러스’다. 산지 간 연대를 통해 기후재해나 물량 불균형 등 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며, 지역 간 상호 보완을 통해 소비지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자는 품질에 집중하고, 브랜드는 판로와 가격을 책임지는 분업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안정적 수익, 소비자에게는 일관된 품질을 제공하는 상생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
신품종 역시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품종 선정부터 유통 전략까지 일원화된 구조 안에서 운영해야 농가 소득 기회를 넓히고,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수출 경쟁력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핵심은 정부, 생산자, 농협, 유통업계의 긴밀한 협력이다. 전국 산지유통센터 간 네트워크 강화와 함께, 포장·신선도 유지 등 유통 기술 혁신도 병행돼야 하며,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일관성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선플러스를 중심으로 한국형 통합 브랜드 체계를 현실화한다면 ‘K-과일’ 시대도 가능할 것이다.

▲강상조 회장 = 모든 토론자 발표가 마무리됐다. 발표자마다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을 충분히 전달해준 만큼, 논의가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정책, 유통, 생산, 기술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과수산업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이제는 각 주체가 제 목소리를 내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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