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에서 10년 만에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자가 나왔다.
전주시 덕진구에서 물미나리를 중심으로 정밀농업을 실천해온 전주원예농협(조합장 양승엽) 소속 정성익 조합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 조합원은 실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저보다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전하고, “앞으로도 실천하는 농업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2016년,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으며 귀농했다. 당시만 해도 물미나리 재배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은 없었지만, 농촌진흥청 자료와 온라인 정보를 바탕으로 독학을 시작했고, 이론 학습과 선진 농가 견학을 병행하며 기술을 익혔다.
이후 그는 각 필지의 조건을 달리한 실험을 통해 농법을 비교·분석하며 자신만의 영농 모델을 구축했다.
새로운 기술 역시 무조건 도입하지 않고, 실증 실험을 거쳐 자농장 환경에 맞게 조정해 적용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모든 과정은 워드 기반의 영농일지에 꼼꼼히 기록됐으며, 이 데이터는 다음 해 재배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현재 그는 약 1만5800㎡의 면적에서 물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이 중 70%는 하우스, 30%는 노지로 구성돼 있다.
생육 초기에 수분 공급 속도를 조절해 조직이 단단하고 향이 진한 미나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자동 환기 시스템과 온도 센서를 활용해 균일한 생육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수확량과 품질은 물론 작업 효율까지 향상됐다.
여기에 대파, 양파, 여름 오이, 벼 등 다양한 작물을 약 3800㎡ 규모에서 병행 재배하며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다.
계절별 수익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응한 덕분에 연간 약 9억 원 규모의 농산물을 전주원협을 통해 안정적으로 출하하고 있다.
정 조합원의 영농 활동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주원협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기자재 공동 구매, 토양개량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했고, 벼 재배가 어려웠던 토지를 토양 개선을 통해 소득원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병해충 방제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정기적인 예찰을 통해 병해충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PLS 등록 약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안전한 방제를 실현하고 있다.
방제 이후에는 작물 반응을 기록해 다음 시즌 전략에 반영한다. 그는 “농사는 결국 기록과 실천에서 차이가 난다”며 데이터 중심 농업의 경쟁력을 강조한다.
개별 농장 경영을 넘어, 정 씨는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전주농협 미나리생산자협의회 재무, 전주시 미나리연구회 감사로 활동하며 공동 출하, 수급 조절, 가격 형성 등에 기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공선출하회 소속 12농가와 함께 GAP 인증을 획득했으며, 유기물 자재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생산 과정에서도 기계화를 적극 도입해 트랙터, 관리기 등 18기 이상의 농기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감사’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종자 피해를 입었을 때도 남은 종자로 농사를 이어가며 그 상황조차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그는 물미나리 품질 향상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청도미나리 같은 밭미나리 품종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나, 아직은 유통 기반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품종이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계속 배우고 실천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 농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