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활용해 생육환경 최적화하는 스마트팜 각광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일상이 되면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202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농작물 생산량의 최대 30%가 기후변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스마트팜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네덜란드는 스마트팜을 통해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지원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스마트농업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K-스마트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스마트팜 기술의 수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미래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 신년특집 기획에서는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부터 국내 스마트팜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 발전 방향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수행한 “2024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우수 기업의 얘기와, 관련 법률에 관한 전문가의 해설도 담았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스마트팜이 가진 가능성과 과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21년 160억 달러에서 2026년 310억 달러로 연평균 14.2%로 성장이 전망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스마트팜은 단순한 농업 혁신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작은 국토에서 세계 농업을 지휘하는 나라가 있다. 국토 면적이 경상북도보다 작은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 농산물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섰다. 차가운 북해 바람과 부족한 일조량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일군 네덜란드의 성공 비결은 바로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에 있다.
네덜란드 농업의 심장부인 웨스트란트 지역. 끝없이 펼쳐진 유리온실 단지는 마치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2022년 기준 10,637헥타르에 달하는 유리온실은 단순한 재배시설이 아닌 첨단 식물공장이다. 이곳에서는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등 고부가가치 작물들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관리 아래 자라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농업 구조의 혁신적 변화다. 지난 20여 년간 유리온실 농가 수는 10,156가구에서 3,519가구로 크게 줄었지만, 농가당 평균 재배 면적은 0.95헥타르에서 3.02헥타르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동시에 첨단화된 시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 결과다.
네덜란드 스마트팜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벤로형 유리온실에 적용된 환경제어 시스템은 마치 우주선의 제어실을 방불케 한다.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기후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유지하고, 로봇들은 24시간 쉼 없이 작물을 돌본다. 드론이 온실 상공을 날며 작물의 생육 상태를 체크하고, 최첨단 센서들은 토양 상태부터 작물의 스트레스 지수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러한 기술력의 결과는 놀랍다. 토마토의 경우 일반 노지재배 대비 12배 이상의 수확량을 기록하며, 물 사용량은 90% 이상 절감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시 작물 생육에 활용하는 순환농업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성공 이면에는 'Golden Triangle'이라 불리는 탄탄한 산학관 협력체계가 있다. 바헤닝언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기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기업들은 이를 상용화하며, 정부는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한다. 이러한 삼위일체 협력은 네덜란드 농업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수출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2년 네덜란드는 1,223억 유로의 농산물을 수출했으며, 특히 화훼류 115억 유로, 채소류 78억 유로라는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전통적인 수출시장인 독일, 벨기에, 프랑스를 넘어 최근에는 중국과 중동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성공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30년까지 모든 온실을 화석연료 zero 시설로 전환하는 'Green Deal' 정책을 추진 중이며, 완전 자동화된 차세대 스마트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은 이러한 진화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작지만 강한 농업 강국 네덜란드의 혁신은 계속된다. 기술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가는 네덜란드식 농업혁신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농업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네덜란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도전은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