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수출·수주액 2억 9,600만 달러 기록

한국의 스마트팜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초원, 베트남의 열대 기후, 중동의 사막 지대까지 한국의 농업기술이 진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도전의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국내 스마트농업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2021)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자본금 5억 원 이하, 직원 수 1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시장 개척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지 농업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베트남에 스마트팜을 수출한 A사의 김모 대표는 말한다. 실제로 해외 진출의 성패는 현지화 전략에 달려있다. 물 부족으로 고민하는 중동 지역에는 물 절약형 관개 시스템을,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에는 최적화된 환경제어 기술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솔루션이 필수다.
이러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2021년 카자흐스탄,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호주, 캐나다 등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3년 스마트팜 수출·수주액은 2억 9,6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 10월 기준 수주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건 증가한 13건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출 품목이 단순 시설이나 장비를 넘어 통합 솔루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해외 현지 스마트팜 시범온실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들 시설은 K-스마트팜의 쇼룸이자 수출 거점으로 활용된다. 새해부터는 기업당 1.5억 원, 총 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실증지원 사업도 시작된다.
한국 스마트팜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글로벌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식량 안보, 기후 변화, 물 부족 등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로 사막에서 토마토를 수확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중동 수출에 성공한 B사 연구원의 말이다.
K-스마트팜의 글로벌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정부의 지원, 기업의 기술력, 그리고 현지화 전략이 조화를 이룰 때, 한국의 농업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시작된 작은 혁신이 이제 세계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