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꽃가루 공급부족 해결책은?
사과·배 꽃가루 공급부족 해결책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3.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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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임순희<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
인공수분용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 국내산 꽃가루 확보 시급
기본적 자연수분 실시 인공수분 보조수단

 
식물은 꽃을 피워 종자를 맺는 방법으로 번식해 왔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꽃가루로는 수정이 되지 않는 타가 수분을 하도록 변화되어 왔다. 자기 자신의 화분으로 수정되는 자가 수분은 자식 세대의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되므로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 및 생존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도록 다양한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타가수분으로 진화된 것이다.

자가 수분을 피하기 위해  암꽃이나 수꽃이 따로 피거나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어도 수술이 퇴화되거나 서로 피는 시기를 달리 하는 등 자가 수분을 회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작이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되어 왔다. 정상적인 암술과 수술이 한꽃에서 동시에 필 경우 자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앉으면 받아들이지 않도록 화학물질을 생성하여 차단하는 생화학적인 방법인 자가불화합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식물의 자가불화합성은 동물의 면역반응과 매우 비슷하다. 자신과 동일한 품종이나 자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 표피세포벽에 닿으면 꽃가루관의 신장을 멈추게 하는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때 자신의 꽃가루를 인식하는 것은 자가불화합성 유전자(S-유전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배꽃은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같이 있지만 동일한 품종이나 자신의 꽃가루로는 수정이 되지 않는 자가불화합성이 있어 자가불화합인자가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수분시켜야 수정과 결실이 가능하다. 자연수분이 가능하지만 꽃가루가 아예 없는 품종도 있으므로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품종을 섞어 심어야 한다.

수분수로는 꽃가루가 풍부하면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과 꽃피는 시기가 비슷하고 자가불화합 유전자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전체 나무의 약 20% 정도가 수분수로 혼식되어 있어야 꿀벌과 같은 방화곤충에 의해 결실이 될 수 있다. 한 품종만 심어져 있거나 여러 품종이 함께 심어져 있더라도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를 경우, 기상이 불량하여 방화곤충이 적절하게 활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람이 직접 꽃가루를 날라 주는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

남부지역에서 4월 초부터 배꽃이 피기 시작하므로 저온이나 서리 등의 피해를 입거나 이상기상, 환경오염으로 인해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지 않아 꽃가루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면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안정적인 결실을 위해 인공수분에 관한 연구가 오랜 기간 다양하게 진행돼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는 1990년대부터 꽃가루 취급 및 보관, 발아율 검정, 인공수분, 방법, 배꽃 만개기 예측 등 다양한 인공수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효율적인 인공수분을 위해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과 새로 육성되는 품종의 자가불화합 유전자를 밝히고 인공수분용 꽃가루 채취를 위해 꽃가루의 활력이 높고 양이 많은 품종을 선발하였다.

채취한 꽃가루의 안전보관을 위해 장기간 보관 시 냉동저장하고 화분의 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상온 방치 지양과 장기간 저장한 꽃가루의 발아율 향상을 위한 습처리 방법 등 꽃가루 관리 및 취급 기술에 대한 농가 교육을 통해 관리 부주의로 인해 꽃가루의 활력이 저하되어 인공수분을 하였음에도 결실 불량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였다. 꽃가루 채취 적기를 구명해 채취과정에서 꽃가루의 손실을 최소로 줄이고 고가인 꽃가루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꽃가루의 활력(발아율)에 따른 석송자의 희석 배수를 결정하여 활용하고 있다. 또한 수분의 적정 시기와 착과 위치 등 인공수분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농가에 고품질 배 생산의 첫걸음인 인공수분 기술을 보급하게 되었다. 이외에 기상 정보를 분석하여 배꽃 피는 시기를 예측하는 배꽃 만개기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국 시군 센터에 보급하여 개화기 저온 및 강우, 건조에 대비하고 인공수분을 위한 꽃가루 준비 등 사전준비를 가능하게 했다.

인공수분기술 보급으로 이상기상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화분 매개충의 부족에도 안정적인 결실이 가능하게 되어 과수 주산지의 만성적인 결실 불안정을 해소해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 정형과 생산율을 70~80%까지 높여주었다. 지금은 중국산 꽃가루의 대중화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한 때 전국적으로 226개소에서 꽃가루 은행을 운영하여 화분을 채취한 후 농가에 보급했다.

인공수분으로 인위적 결실 조절이 가능하게 되면서 동일한 재배면적에서 더욱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경제성이 높은 품종을 단독으로 재배하는 면적이 증가하게 되었다. 실제, 단과지 유지가 잘되고 경제성이 높은 ‘신고’ 품종의 재배면적은 1987년 38.8%에서 2015년 82.7%까지 파격적으로 늘어난 반면 수분수나 다른 재배품종의 면적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였다. 즉, 인공수분으로 결실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꽃눈 유지나 재배관리가 편한 ‘신고’ 단일 품종 재배 면적이 급속도로 증가되어 2011년에 파악한 인공수분 면적과 농가 수는 배 재배면적의 91.2%, 재배농가의 74.3%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공수분은 안정적인 결실과 과실품질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꽃가루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가격 상승과 결실 불량이 우려되는 단점이 있다. 중국산 꽃가루의 판매가격이 국산보다 2∼3배 저렴하고, 배원협 등 품목 농협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대부분의 농가에서 중국산 꽃가루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중국산 꽃가루의 수입은 국내 배 재배면적에 대한 인공수분용 꽃가루 수요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스모그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꽃눈 형성이 잘 안되거나 개화기 고온으로 꽃이 한꺼번에 피는 등 꽃가루 채취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산 꽃가루의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다른 이종의 꽃가루를 혼입하거나 꽃가루 자체의 품질이나 발아율이 낮아져 결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공수분용 꽃가루에 대한 중국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수입 꽃가루의 품질 보증과 유통체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농자재로 등록하거나 종자에 포함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현재까지 법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꽃가루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시급하고 중국산에 의존하는 꽃가루의 국내외 생산 여건 등을 감안하여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4년부터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 수급안정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꽃가루의 주 수입 경로인 휴대나 우편물에 대한 식물검역을 강화하여 저품질의 꽃가루 수입을 차단하고, 꽃가루 발아율 검정 매뉴얼 보급과 중국산 꽃가루 친화성 검정을 통해 결실불량을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으로 국내산 꽃가루 확보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통해 꽃가루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촌의 노동력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인공수분 방법으로 단일 품종 재배를 지속한다면 노동력 수급이나 이상기상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져 반복적인 결실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재배 농가에서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수분수 식재를 꺼리고 자가 채취 시 인건비 발생, 채취 작업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대부분이 중국산을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꽃가루의 수급 불안정 등 위에서 언급한 인공수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분수를 이용한 자연수분을 실시하고 인공수분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배 결실안정에 효과적인 수분수 품종으로 기존에 수분수로 알려진 ‘추황배’, ‘원황’, ‘화산’과 더불어 새롭게 보급되는 ‘만황’, ‘슈퍼골드’를 추천한다. 국내 배 재배면적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와 유전 인자가 다른 ‘추황배’, ‘원황’, ‘화산’, ‘만황’, ‘슈퍼골드’ 등은 꽃가루가 풍부하고 개화기가 비슷해 ‘신고’의 수분수로 적합하다.

‘추황배’는 당도가 14.1˚Bx인 고당도 품종으로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어 품질이 뛰어나고 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검은별무늬병에 강한 특성을 보여 관리가 매우 용이하다. 최근 나주배연구회는 수분수로만 이용되었던 ‘추황배’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라는 전문 유통조직을 통해 출하체계를 일원화하고 ‘추황배’의 뛰어난 저장성과 우수한 맛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국내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어 농가 소득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만황’은 ‘신고’와 교배친화성이 매우 높고 당도가 14.0˚Bx인 만생종으로 저장기간이 뛰어나 저장용으로도 적합하다. ‘슈퍼골드’는 9월 중순에 수확되는 중생종 녹색배로 당도가 13.6˚Bx이며 당산이 조화되어 맛이 뛰어나다. ‘원황’과 ‘화산’은 ‘신고’와 유전인자 한 개가 중복되나 수분친화성에는 문제가 없다. 

수분수의 비율은 전체 주수의 15∼20%가 적당하지만 기상재해가 잦은 과원에서는 이보다 다소 높은 비율을 권장한다. ‘신고’처럼 꽃가루가 없는 품종을 주품종으로 할 경우 수분수로 2가지 이상의 품종을 심어야 하며 수분수가 주품종에 꽃가루를 균일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하는데, 5줄의 주품종 중간에 1줄의 수분수를 재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중국산 꽃가루의 품질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맛과 품질이 우수한 최근에 육성된 품종들을 수분수로 심어 안정적인 결실과 더불어 노동력도 줄여 생산비를 절감하고 동시에 ‘신고’ 위주의 편중재배에서 탈피하여 배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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