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현실적 고민으로 떠올랐다. 관세 인상과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는 원예농가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다.
생산비와 인건비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량과 단가에서 우위를 점한 수입 농산물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결국 해답은 품질과 기술력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은 고품질 재배기술 도입과 품종 다양화, 기후 대응형 신품종 개발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기존의 영세한 생산 단위로는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생산자 조직 중심의 산지 조직화와 계약재배 확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생산한 농산물이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적 시스템도 중요하다. 산지 공동 선별라인 고도화, 저온 저장고 확충,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물류망 일원화 등 물리적 인프라 구축은 현장에서 수년째 강조되어 온 과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대규모 산지를 제외하면 체계화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기술을 도입할 역량과 자본이 현장에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팜과 빅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설은 일부 선도 농가나 연구기관에 국한돼 있다. 생산비와 초기 투자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금융 지원과 연구기관과 연계한 표준화된 기술보급 패키지 제공 등 현장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
더 이상 가격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품질과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통상 환경이 거세질수록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고품질 생산·유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 지원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촘촘한지가 우리 원예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