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6.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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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도약을 위하여
기후탄력적 품종 개발, 핵심 과제
민관연 협력 거버넌스 체계 확립

▣ 본지와 함께한 원예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인삼산업

 

최초등록품종 ‘천풍’최초개발품종 ‘천량’
최초등록품종 ‘천풍’                                                       최초개발품종 ‘천량’

▲어제: 고려인삼, 전통에서 산업으로

인삼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대표적인 약용작물로, 역사적으로도 경제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작물이다. 삼국시대부터 인삼은 귀한 약재로 여겨졌으며, 고려 시대에는 중국과의 무역에 있어 주요 수출품이자 국가 재정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시기에 널리 알려지며 '고려인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재배와 품질관리를 담당할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았으며, 근대 이후에도 인삼은 수출 전략 작물로 활용되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는 국내 소비뿐 아니라 외화 획득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의 인삼 재배는 대부분 전통적 경험에 의존한 방식이었고, 품종개량이나 과학적 재배기술은 미흡했다. 병해충 방제, 토양관리 등의 기술수준이 낮아 생산성은 매우 낮고 불안정하였다. 1970년대 이후 농업 기술의 현대화와 함께 인삼산업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초 생리․생태, 병해충 및 토양 관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인삼 품종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80년대에는 차광 자재 개선, 토양 개량, 병해충 방제 등의 재배 기술이 체계화되었으며 육종 기초 자료도 이 시기에 축적되었다.
1990년대에는 수량성, 뿌리 형태, 병해 저항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계통이 선발되었고, 차광시설 개선, 두둑 조성, 토양 소독 등 재배환경 표준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인삼산업은 본격적인 산업화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등록된 인삼 품종(천풍 등)이 개발되었고, 수량성과 병 저항성을 목표로 한 품종 선발이 이루어졌으며 GAP 인증과 생력 재배법이 도입되었다. 1996년도에 인삼 전매법이 폐지되었고, 2002년에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인삼공사 전신)이 민영화됨으로써 생산 분야 연구는 농촌진흥청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2010년대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온, 습해, 병해 저항성 품종 개발이 가속화되었고, 기능성 성분 중심의 계통 선발, 이식묘 생산기술, 친환경 자재, 스마트 방제 기술 등도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인삼산업의 역사는 단순한 재배기술의 발전을 넘어, 품종 육성, 재배기술, 유통,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의 성장사이다. 과거의 축적된 성과 위에 지금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철재해가림시설 + PE 차광망스마트 방제 기술인삼 연작장해 종합관리 기술
스마트 방제 기술                                             인삼 연작장해 종합관리 기술

▲오늘: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선 인삼산업

2020년대의 인삼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구조적 혁신의 요구를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중심으로 품종 육성과 재배 기술 연구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유전학 기반의 정밀육종과 디지털 농업 기술의 실증 및 현장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품종 육성 분야에서는 고전적인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유전체, 전사체, 마커 기반의 디지털 육종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고온, 습해, 병해, 연작 스트레스 등 복합 스트레스에 대응 가능한 내재해성 품종이 연구되고 있으며, 특정 진세노사이드 성분 고함량 기능성 계통의 선발도 병행되고 있다. 이들 품종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가공 적성 우수, 기능성 향상 및 수출 품질 향상까지 고려하여 개발되고 있다.
재배기술 분야에서는 NDVI, 초분광 영상, 열영상, 드론, 스마트 센서 등을 활용한 정밀 생육진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생육 단계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생육 예측 모델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자동화 차광시설,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노동력을 줄이고 품질 균일성과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실증 시범포장도 조성되어 현장 실용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디지털 육종 기술 기반의 맞춤형 품종 개발과 지역 특화 재배 모델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과거 획일적 품종 중심의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ㆍ기후ㆍ수요 맞춤형 정밀 농업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배 농가의 고령화와 영세성,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의 격차, 데이터 농업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은 여전히 현장 도입의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기술 실증뿐 아니라 수요자 맞춤형 보급 전략, 컨설팅 및 교육훈련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육종-생산-가공-유통-수출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통합 연계될 수 있도록, 이력 관리, 품질 추적, 소비자 맞춤형 정보 시스템 구축 등 산업 전반의 인프라 정비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인삼산업은 디지털 기반 산업 생태계로의 구조적 전환기에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R&D, 정책, 현장이 긴밀하게 연계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철재해가림시설 + PE 차광망
철재해가림시설 + PE 차광망

▲내일: 지속가능한 글로벌 인삼산업을 위한 전략

다가오는 인삼산업의 미래는 기후위기와 세계 시장의 급변 속에서도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구조로의 재편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생산 기반, 기술 시스템, 시장 전략, 제도 환경 등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기후탄력적 품종 개발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온, 습해, 병해 등 복합 스트레스에 견디는 품종은 단일 저항성보다 높은 안정성과 현장 적응력이 요구되며, 향후 육종은 유전체 기반 형질 예측, 다형질 통합 분석, 디지털 표현형 정밀 분석 기술을 결합한 정밀 예측형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디지털 농업의 본격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센서, 통신, AI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재배는 노동력을 줄이면서도 품질과 수량을 안정화할 수 있다. 농가의 규모와 수용 역량을 고려한 단계별 스마트화 전략과 함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디지털 재배 매뉴얼, 클라우드 생육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셋째, 인삼 가공 및 기능성 제품 산업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현재 홍삼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기능성 추출물, 바이오활성 성분 기반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제약소재 등으로 산업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분 검증, 표준 분석법 정립,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한 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넷째, 고려인삼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세계시장 전략 강화가 중요하다. 전통과 과학,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마케팅과 현지 시장 맞춤형 제품 설계, 품질 인증 체계 정비는 수출 기반 확보의 핵심이다. 특히 동남아, 북미,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와 연계된 전략이 유망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품종 개발부터 소비와 수출에 이르는 전 주기를 통합한 가치사슬 구축, 민관연 협력 거버넌스 체계 확립, 농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설계되어야 한다.
인삼은 단순한 약용작물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 농업과 건강,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차원 산업 자산이다. 축적된 유산과 기술적 토대가 기반이 되면 인삼산업은 지금보다 더 크고 넓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기술을 실천으로 연결하며, 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엮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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