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상업적 재배 시작 1902년
세계 최상의 시스템에 반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 세계 최하위
▣ 본지와 함께한 원예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과수산업
국내 원예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품목별 전문화를 거쳐 기술집약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기후변화, 인구감소, 소비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환경속에서도 각 분야는 대응전략을 모색하며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과수, 채소, 화훼, 인삼, 버섯, 친환경 등 주요 원예 부문별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예산의 고구마박씨네 김매기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고구마밭 고랑에 심겨진 어린나무가 “국광”사과나무라는 말을 처음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수많은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사과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전화를 받고 사과와 평생을 함께한 많은 사람중 한사람으로써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참으로 감회가 깊음을 느낍니다.
1.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과거
사과는 기원전 4,000년 경부터 유럽과 중앙아시아 자생의 원생종이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과에 대한 기록은 현재 능금의 어원인 “임금”이 고려 의종(1083-1105)때 송나라 사진 손목이 1103년 펴낸 “계림유사”에 실린 것이며 17세기 후반, 중국 능금 품종인 ‘빈과’가 청나라 사신들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도입됐고 숙종 임금이 서울 북악산 뒤 자하문밖 일대에 사과를 심도록 한 뒤, 한 때 20만 그루나 됐다는 이야기가 전래되고 있다.
1900년 미국 선교사 존슨이 대구 남산동에 심은 사과나무가 현재까지도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생존 중이다.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상업적 사과재배의 시작은 1902년 윤병수(尹秉秀)씨가 미국 선교사를 통해 다량의 사과묘목을 들여와 원산(元山) 부근에 과수원을 조성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1909년 김진초의‘과수재배법’에 근대적 능금재배방법이 기술돼 있으며 1912년 대구 달성군과 칠곡군에서 과물조합이 설립되어 축,국광,홍옥 등의 품종으로 규모있는 상업적 재배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대구사과가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사과재배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여 1912년 충주시에, 1923년 예산군에 사과가 도입됐다.

대한제국 농상공부 농업연구소인 뚝섬 원예모범장에서는 서양종 과수들을 상당수 도입하여 연구한 다음 한국의 풍토에서 가장 잘 자라는 사과로 홍옥(紅玉), 국광(國光), 유옥(柳玉), 왜금(倭錦) 4개 품종을 재배했고 이때는 교목성 대목으로 재식거리가 9×9m 정도로 넓고 수고와 수폭이 매우 큰 거목 재배였다.
1953년에 수원에 중앙원예기술원(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설립돼 사과를 대표소득작물로 권장했고 1965년 일본에서 후지품종을 도입했으며 1969년 왜성대목 M.26, MM106이 도입되면서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소식거목재배에서 노동력이 적게 소요되는 왜성사과밀식재배라는 새로운 사과재배 전기가 마련됐다.
또한 1980년 원예시험장에서 사과교배육종을 시작해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신품종 ‘홍로’가 육성됐다. 1991년 군위에 대구사과연구소가 설립되어 사과연구지도에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면서 우리나라의 사과재배면적은 1992년 52,985ha의 최고점에 달했으나 재배기술미흡으로 단위면적당 수량이 적어 소득이 감소하면서 1990년대 평균 4만 6천 ha 수준이었던 사과 재배면적은 수익성 하락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여 2000년대 2만 8천 ha까지 감소했다. 2002년 재배면적은 2만 6,163ha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2008년에 3만 ha 수준을 회복했고 2010년대 평균 재배면적은 3만 2천 ha였으며, 2020년대에는 농가 소득 증가로 3만 4천 ha를 넘어섰다. 사과 생산량은 기상여건과 병해충 발생에 영향을 많이 받으나, 2010년대부터 재배면적과 단수가 약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00년대 평균 42만 2천 톤이었던 사과 생산량은2010년대에 49만 2천 톤으로 증가했으나 2020년대에는 이상 기후로 인한 생육기 작황 부진으로 단수가 줄어 생산량이 평균 48만 톤으로 감소했다.

2.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현재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수입개방 하에서도 지속 가능한 과수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서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FTA 과수경쟁력제고사업을 추진하였으며, 2011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와 앞으로 진행될 각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응해 2차 과수산업발전대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생산시설 현대화를 통한 비용절감 및 품질 고급화, 저비용·고품질 생산기반 및 거점산지유통센터(APC) 확충 등 유통구조개선, 과실 수급안정 사업 내실화를 통한 출하조절기능 강화, 자율수급조절 및 농가경영안정 등이다.
또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부족하고, 1인 가구가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이들은 과일 등 식품을 주요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소량 제품을 선호,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건강한 프리미엄 식품과 편의식을 선호하는 최근 경향에 맞추어 국산 과실의 품질 고급화 및 안전성 강화, 다양한 편의식품 및 가공제품 개발, 소포장 확대, 국산과실성분‧효능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고객 맞춤형 과실 생산‧유통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의 국산 과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농업인의 노력에 힘입어 과일 수입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과수산업도 성장하였다.
그러나 수입 과실 개방과 국산 과실의 높은 가격에 따라 국산 과실의 소비가 계속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대형마트 전체 과일 판매량에서 수입 과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하였다. 수입 열대 과일의 경쟁력은 당도이다. 봄철 최상품 딸기의 당도가 12°Bx 정도인데 반해, 망고나 바나나는 20°Bx 정도이다. 가격도 많이 싸져서 망고의 평균 수입 가격은 1kg 당 4,500원으로 5년 새 20% 가까이 떨어져서 국산 복숭아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따라서 국산 과의 고품질화, 생산비 절감,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수농가 호당 경영규모는 대부분 1ha 미만이며, 전체 농가 중 60세 이상 농가가 60%를 넘어선지 오래되었고 세계적인 우량신품종육종, 고품질사과의 장기다수확기술개발 연구,지도나 자본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영규모가 적어 기계화가 어렵고, 경사지나 경작로 등의 기반정비가 미흡하여 노동력 소요가 많은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공급자 위주의 품질등급, 브랜드 난립 등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저하 등 고품질․안정생산 및 유통체계 정착이 미흡하다. 또 생산과 출하를 체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산자 조직화도 미흡한 실정이다. 과실 소비 측면에서도 당도가 높고 고품질․안전과실, 신선편이 과실, 먹기 편한 중․소 과실 등 소비형태가 소비자 위주로 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생산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TA 확대 등으로 값싼 외국산 과실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1900년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상업적 사과재배를 시작한지 이제 120여년이 되었는데 전세계 많은나라 중에서 우리사과의 위치는 현재 어디쯤 일까?
우리나라의 농업연구, 지도체계는 농촌진흥청→ 각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라는 세계최상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위면적당 사과생산량은 세계 최하위로 적다. 국내 사과가격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아서 수출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은 길어지고 비오는날과 강우량이 증가하면서 근래 해발 표고가 낮은 평지의 사과는 착색이 안되고 사과연작장해가 해가갈수록 심화되어 수세가 약화되고 부란병발생도 증가하고있다.

2. 세형방추형나무 8톤 수확/10a 장수(2025년)
3. 사과 2D수형, 노동력이 가장 적게 소요된다.
최근 사과재배방법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과재배방법은 과거 소식거목시대에서 왜성대목의 도입으로 저수고밀식재배로 바뀌었다. 즉 9×9m → 5×3m → 4×2m로 재식거리가 좁아지고 단위면적당 재식주수는 늘어났고 수형도 개심형→주간형→ 변칙주간형 → 세장방추형 → 키큰방추형 등으로 변화되었다. 사과선진국 이태리, 뉴질랜드 등의 나라에서는 사과를 수출하기위해 생산하기 때문에 kg당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 연구목표이고 이를 위해 기존의 3차원체계에서 2차원체계로 사과재배의 일대 혁신연구를 발표하였다. 필자도 뉴질랜드 Plant & Food Research Hawke’s Bay Center에서 귀국하여 2016년 전주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 실습농장에 뉴질랜드의 2D재배방법을 국내처음 보급하였고, 다축 등 최신 사과재배체계를 국내에 보급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사과에 2D, 다축, 구요재배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2차원 사과재배 시대를 맞게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포장 방식이 변했다. 한 단짜리 소형 박스가 대세가 되면서 흠집 걱정은 줄었다. 꼭지 따는 노동을 줄이면 전국 사과 농가의 생산비는 연간 수백억원이나 줄어든다. 꼭지를 보고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으니 소비자의 사과 고르기도 편해진다. 꼭지는 수분 증발을 억제해 저장성도 높인다. 답은 분명하다. 사과 꼭지를 없애지 않는 게 두루 이익이다. 이 답은 이미 2000년대 초반 필자가 연구보고서로 발표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빼곤 한국 사과에는 여전히 꼭지가 없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간 이 간단한 변화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사과산업의 현주소다. 사과 산업의 컨트롤타워가 없는거나 다름없이 리더는 둔감하고, 생산자도 안주했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위해 뉴질랜드 등 7개국이 연합하여 2002년부터 40℃에서도 착색이 잘되는 품종육종을 시작하여 2023년에 “투티”를 만들었고 미국 에서는 화상병, 역병, 연작장해 등에 저항성이 있는 G935 등등의 제네바 대목을 다수 만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신품종도 많이 만들고 쉬지않고 많은일을 해온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제대로 잘한 것이 홍로품종을 만든 것 외에 너무 늦다. 우리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선택과 집중으로 한가지라도 앞서 나가야한다.
이제 5월 중순인데 벌써 낮최고기온이 27℃이다. 충주에서 올해 첫 화상병이 발생했다고도 한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뜨겁고 비가 많이 올것인지, 지난해처럼 홍로 착색기와 후지 착색기의 야간 기온이 높아 평지의 사과가 착색이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 머릿속이 하얘지고 막막해진다.
“투티”같은 품종을 하루빨리 들여와서 평지의 사과농업인들이 뜨거워 착색이 안되서 한숨짓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3. 미래 우리나라의 사과산업
우리는 빠른 변화와 신속한 대응을 잘하므로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미래는 현재보다 많은 발전을 가져올것으로 생각된다. 사과나무의 모양이 3차원 방추형에서 2차원 2D, 다축으로의 변화속도를 보더라도 평면수형을 개발한 이태리나 뉴질랜드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배법 갱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재배면적의 증감은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와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상태로 기후가 변화한다면 평지에서부터 사과재배면적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개발된 뜨거워도 착색이 잘되는 품종이 바로 도입되거나 국내에서도 뜨거워도 착색이 잘되는 우량품종의 육성과 보급이 신속히 이루어진다면 면적 감소는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아울러 뜨거운 평지에서도 사과재배가 가능하도록 농장내 기온, 지온, 사과나무의 잎, 과실의 품온을 낮출수있는 미세살수, 망씌우기, 지하수순환 라지에이터시설활용, 통풍시설 등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보급될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내병충성을 강화한 저항성품종육종으로 장기적으로 농약살포는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것이며 농약사용방법은 뉴질랜드와 같이 700리터로 1ha를 살포하는 고농도소량살포기술의 개발과 드론, 고정식 노즐이나 무인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실용화 될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 등 누구에게도 득이되지 않아 필자가 계속 추진하고있는 꼭지 무절단사과유통이 이루어질것이다. 그리고 평지의 뜨거운 날씨속에서 사과를 생산하려면 사과도 기상이 자동조절되는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내에서 무토양 양액재배로 생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신선하고 안전한 사과를 맛볼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기후변화에도 우리나라에서 온국민이 사랑하는 사과가 자자손손 재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