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6.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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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도 높이는 새로운 개념 시설원 결합 시도 긴요
스마트팜 고령화·인력부족 해결 핵심 전략
비용과 전문기술 확보, 제도적·재정직 지원책 시급

▣ 본지와 함께한 원예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채소산업

 

나해영(목포대학교 원예산림학부 원예전공 교수)
나해영(목포대학교 원예산림학부 원예전공 교수)

우리나라 채소산업이 지난 3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노지재배에 의존했지만, 비닐하우스와 단순 자동화 시설의 도입으로 이른바 ‘시설원예’ 시대가 열리면서 생산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공정육묘 기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신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농가 생산성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팜에 빅데이터와 AI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1990년대 시설원예와 공정육묘의 시작

과거 채소산업은 이상기후에 그대로 노출되는 노지재배 중심이었다. 한파나 폭염이 닥치면 생산량이 급감해 농가 소득이 흔들리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웠다. 1990년대 들어 비닐하우스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이러한 한계를 일부 해소했고, 공정육묘 기술이 자리 잡으면서 균일하고 건강한 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병해충 피해가 줄고 생육 편차가 축소되면서 농가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정부와 농촌진흥기관이 단순 보온·차광 중심의 하우스 환경을 넘어 복합환경제어(온·습도, 환기등)를 시험도입한 것이 지금의 스마트팜 기술 확산에 밑거름이 되었다.

▲2000년대 첨단 시설재배와 품종 육성 가속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농업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온실에 센서를 설치해 온도·습도·광량·CO₂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로 제어하는 ‘지능형 온실’이 선도 농가에서부터 도입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노동력과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성과가 축적됐다. 또한 파프리카, 토마토, 딸기 등 고부가가치 작물에서 국내 육성 품종 점유율이 늘어나 국내 시장 다양화에 기여했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부 품목은 수출로까지 이어져 농가 소득 창출에 한몫을 했다.
 

온실의 변천사(출처 : 농촌진흥청)
온실의 변천사(출처 : 농촌진흥청)

▲최근 스마트팜 전성기와 에너지 자립형 온실 부상

최근 스마트팜은 농촌 고령화·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드론·로봇 같은 자동화 장비가 병해충 관리를 맡고,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이 생육환경을 실시간 제어함으로써 균일한 품질의 채소를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를 통하여 실용화되고 있으며 선도적인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자립형 시설원예’ 개발이 농업 분야의 또 다른 화두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Renewable Electricity 100(RE100)이 산업 전반에 일반화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한파가 잦아지며 냉·난방비 부담이 늘자, 태양광·지열·폐열 회수 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온실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열을 자체 공급하려는 노력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선도 농가에서는 지열과 공기열 등을 다양한 에너지를 활용해 난방비를 절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딸기 수출 수확물과 K-스마트팜 플랜트까지

딸기 수출은 최근 수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 품종에 의존해 국내 소비용 생산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국산 육성 품종이 등장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특히 ‘설향’ 품종은 높은 당도와 저장성으로 동남아를 넘어 북미·유럽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저온 물류 인프라 개선 및 한류 마케팅과 맞물려 “K-딸기” 브랜드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더 나아가 수확물(딸기)의 수출뿐 아니라, ‘K-스마트팜 플랜트(온실·수직농장 등 재배 시스템)’ 수출도 함께 추진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축적된 스마트팜·시설원예 노하우를 통째로 수출해, 해외에서 직접 현지 생산을 가능케 하는 모델이다. 이는 앞으로 딸기 수출을 넘어, 우리나라 시설원예 기술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채소 공정육묘 현장(출처 : 농촌진흥청)
채소 공정육묘 현장(출처 : 농촌진흥청)

▲당면 과제

△채소재배면적 감소 = 최근 국내 채소재배면적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도시화로 인한 농경지 축소, 수입 농산물의 유입, 농촌 고령화와 청년 농업인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재배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감소 추세를 방치하면 국내 채소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어, 규모화된 생산체계를 갖추는 한편 기술·인력을 결집해 농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시급하다. 특히 노지재배에서 벗어나 시설원예로 전환하려 해도 초기 투자 비용과 전문기술 확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 제도적·재정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규모화된 시설재배단지 (수직농장 포함) = 딸기·파프리카·토마토 등 국내 대표 수출 작물은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중이지만, 샐러드용 잎채소나 허브류, 기능성 채소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품목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그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균일한 품질을 달성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체계다. 이를 위해 산재해 있거나 노후화된 소규모 시설단지를 리모델링하고, 자동화·에너지 효율화를 높인 규모화된 시설재배단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속생산가능한 대규모 단지화는 생산 원가 절감은 물론, 해외 바이어 요구에 부합하는 정시·정량 공급체계를 갖추게 해준다. 또한 국내 대형 유통망에 대해서도 품질·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최근에는 광·온도·수분 등을 인공적으로 관리하며, 수직으로 재배 공간을 확장하는 수직농장(식물공장)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도심이나 제한된 공간에서도 작물을 연중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어, 도시형 농업이나 해외 건물형 농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수직농장 기술을 기존 대규모 온실단지와 접목하거나, 수출용 모듈화 시설로 발전시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청년 농업인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대규모 단지내에서 최신 스마트팜 기술(예: 수직농장, 양액 재배)을 직접 경험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교육·문화 등 정주 인프라를 동반 조성함으로써, 청년층이 농촌에서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스마트온실 정밀제어 기술(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온실 정밀제어 기술(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시설원예부산물의 자원화 방안 = 시설원예가 점차 대규모화되는 과정에서, 채소 수확 후 남는 식물체 잔사나 사용이 끝난 폐배지, 포장·출하 시 발생하는 잔재물 등 각종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부산물을 방치하면 환경 오염과 처리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만, 퇴비·발효사료 또는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재활용하면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고 친환경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결국 “시설원예의 완성은 부산물의 자원화까지” 이어질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시설단지에서 부산물을 체계적으로 재활용하면, 환경적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생산 원가를 낮춰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기후 대비 =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한파·집중호우·가뭄 등이 잦아지면서 농업 현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 상황은 시설원예 단지에도 큰 도전이 된다. 온실 구조물의 내재해성 강화, 자동 환기·냉방 시스템 고도화, 에너지 절감형 자재 활용 등 기술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상기후에 대비해 작물 생육 단계별로 필요한 스마트 관수, 광량·온도 제어, CO₂ 시비등을 정밀하게 운영하는 한편, 질병 내성·내재해성을 갖춘 품종 육성도 장기 과제로 떠오른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농가 단위 보험 확대나, 폭우·폭염 시 시설 자재를 긴급 보강할 수 있는 신속 대응 매뉴얼도 구축되어야 한다. 스마트팜 기술과 연계해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전에 작물 상태를 점검·관리함으로써 재해 피해를 억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향후 체계적인 시스템 정착이 이뤄진다면 이상기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소 전체 재배면적과 생산량(출처 : 농촌진흥청)
채소 전체 재배면적과 생산량(출처 : 농촌진흥청)

▲맺음말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채소산업은 전통 농업에서 시설원예·공정육묘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스마트팜·에너지 자립형 온실로 대표되는 첨단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 결과 생산성과 품질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으며, 딸기 등 일부 품목은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수출 효자 작물이 됐다. 그러나 채소재배면적 감소, 노동력 부족, 이상기후, 부산물 처리 문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모화된 시설재배단지 조성, 노후화된 시설재배 단지 리모델링,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주여건 마련, K-스마트팜 플랜트 수출, 그리고 수직농장(식물공장) 기술과 같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개념의 시설원이 결합되어야 한다. 30년 전 어려운 여건에서도 혁신을 이뤄낸 채소산업이, 앞으로도 청년 인재와 첨단기술, 규모화를 동력 삼아 더욱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길을 열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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