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연계 전문화 출발점

“수출은 전략보다 구조다. 조합이 유기적으로 참여할 때 안정적인 판로도 함께 만들어진다.” 이동희 조합장은 한국농협수출협의회 초대회장으로서 수출 기반의 중요성과 협의회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농산물 수출은 단기적 사업이 아닌 만큼, 지속 가능성을 갖추려면 장기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협의회는 그 기반을 현장 중심으로 실질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이 특정 정책이나 단기 실적 중심으로만 이해되지 않도록, 가장 가까운 산지 단위부터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 입장이다.
지난 3월 출범한 한국농협수출협의회는 전국 각지 조합이 연합해 농협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다. 이동희 회장은 “지금까지 농협 수출은 개별 조합의 역량에 좌우되는 측면이 컸다”고 지적하며, “전국 단위에서 수출 정보를 공유하고, 품목별로 전문화된 조합을 중심으로 협력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절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수출 품목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만큼,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출 과정의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조합마다 수출 준비 수준이 상이하고, 같은 품목이라도 품질과 포장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바이어 신뢰를 얻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공동 선별, 공동 포장, 공동 마케팅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며, “조합은 단순 중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유통 품질까지 직접 책임지는 공급 주체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어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 구조가 전제돼야 수출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수출 전문 단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수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반의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역 내 수출에 특화된 전업농을 육성하고, 이들이 한 단지에 모여 집하부터 선별, 포장, 물류, 통관까지 통합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단지는 기존 유통 구조와는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요건을 충족한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흩어진 농산물을 단순히 모아서 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출 목적에 맞춰 계획하고 생산한 농산물이 모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의회 차원의 실질적 실행 과제로는 ‘품목 통합 팜플렛’ 제작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는 각 조합이 수출 품목을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바이어 입장에서는 한국 농협의 수출 품목 전반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전체 회원 조합의 수출 가능 품목을 통합 정리한 자료를 제작해 바이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료는 바이어 응대뿐만 아니라 국내 조합 간 수출 정보 공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협의회 운영 방향으로 ‘정보 공유’와 ‘실행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그는 “협의회는 단순한 명칭을 갖춘 조직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조합들이 도움이 되는 협력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자 단체가 함께 수출 계약서를 검토하고, 시장 정보를 공유하며, 수출과 관련된 리스크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해외 바이어는 단순히 가격만을 보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농협이 그 기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는 폐쇄적으로 관리할수록 쓸모가 줄어든다. 조합 간 경험과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전략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출 성과는 조합장의 의지와 실무 개입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챙기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도 조합장 간 정보 교류를 적극 장려하고, 공동 사업을 통해 상호 협력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농산물 수출의 구조적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해외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브랜드 이미지, 포장 수준, 안전성 확보 등 다양한 요소가 수출 성패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는 “K-Food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농협이 체계적인 수출 기반을 정비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조합일수록 전체 사업 기반도 탄탄해진다”며, “수출은 농가 소득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조합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방향성과 실행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정 품목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품목 수출 구조를 농협이 중심이 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행돼야 할 농업 전략”이라며, “협의회는 보고나 회의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 중심 조직으로 농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