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인삼 내재해 품종은 선택 아닌 필수
기후위기 시대, 인삼 내재해 품종은 선택 아닌 필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5.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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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100년 빈도’ 이상기상 일상화
염류피해 저항 ‘천량’, 점무늬병 저항 ‘고원’ 채종포 조성

2024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회자된 문장이 있었다. “올여름이 당신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 단순한 유행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2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는 극단적 기후로 인해 식량안보, 물 부족, 생물다양성 손실 등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도 「2024년 연 기후특성」 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100년 빈도’의 이상기상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이변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며,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기후와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 

농업에 기후변화가 더 가혹한 것은 식물은 이동이 불가능하고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삼은 서늘하고 반 그늘진 환경을 선호하며, 4년 이상 동일 포장에서 재배되는 특성상 외부 기후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작물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인삼 생산성 분석 결과, 앞으로 인삼 주산지는 점차 북상하고, 재배 적지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작장해가 큰 특성상 초작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부적합한 재배지가 늘어나면서 품질과 수량 감소로 원료 인삼의 생산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온, 가뭄, 폭우, 병해충 확산 등 이상기상이 반복되면서 농가의 생산성과 소득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고온에서도 생장이 가능하고, 침수 조건에서 뿌리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가뭄이나 토양 염류 집적 상황에서도 생리적 장해가 적거나, 병해충에 강한 품종 등 다양한 내재해․내병성 품종 개발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최근 염류 피해에 견디는 ‘천량’과 점무늬병에 강한 ‘고원’ 등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신품종을 보급하고자 채종포를 조성․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농가들을 중심으로 신품종 재배를 통한 수량 안정화와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신품종을 조기에 보급하고자 종자 대량 증식 기술을 확립하고 있으며, 민관협력을 통한 종자 보급체계 구축, 신품종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 이제는 단순히 수량이 많은 품종을 넘어, 기후에 적응하는 품종, 즉 ‘생존 가능한 품종’이 품종 선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재해성은 하나의 특성이 아니라 작물의 생존 전략이며, 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핵심 열쇠다.

특히 인삼과 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작물의 안정적 생산은 단지 개별 농가의 소득을 넘어 국가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식의약 산업의 기반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더 이상 ‘온난화’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가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농업 현장은 더 덥고, 더 길며, 더 불규칙한 계절을 견뎌야 한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는 문장은 곧, 더 늦기 전에 농업이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변화하는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대한민국은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욱<농진청 원예원 특용작물육종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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