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물은 농장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일원에서 7,000평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세남 안성원예농협(조합장 안성구) 조합원은 “시기에 맞는 관리와 나무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조합원이 운영하는 경일농장은 전량 신고 품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GAP 인증,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경기도지사 인증 등 다수의 공인 인증을 취득한 고품질 배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는 ‘이품회’ 작목반의 창립자이자 핵심 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농사 철학은 토양 관리에서 출발한다. 완전히 부숙된 퇴비를 나무 한 그루당 20kg짜리 두 포, 총 40kg씩 시비하고 있으며, 걸음기가 부족할 경우에만 소량의 화학비료를 보완해 사용한다. 그는 “기초 체력이 되는 땅심부터 다져야 작물도 제대로 자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과수 냉해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오 조합원은 사전 대비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였다.
안성 지역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방상팬과 깡통 난로를 도입한 그는, 3년 전부터 액체 연료 방식의 깡통 난로 250대를 과수원 곳곳에 배치해 이상 저온이 예보될 경우 즉시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방상팬도 병행 설치해 찬 공기를 순환시키고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냉해 피해를 다각도로 방지하고 있다.
오 조합원은 “기온이 2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에 난로를 피우고 방상팬을 함께 가동하면 꽃이 얼어붙는 피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며 “올해처럼 냉해가 극심했던 해에도 미리 준비한 장비 덕분에 피해를 일부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꽃가루 수급과 수분수 관리도 빠르게 대응 중이다. 오 조합원은 “최근 중국산 꽃가루 수입이 불안정해지고, 병해충 유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꽃가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분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며 “기존 나무에 수분수를 접목하고, 밭에 수분수 품종을 직접 심어 자급률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성원예농협에서도 수분수 묘목을 지원하고, 자체 꽃가루 채취단지를 조성해 조합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병해충 관리에 대해서 오 조합원은 “요즘 기온이 예전 같지 않아, 과거에는 연 2~3회 산란하던 해충들이 지금은 5~6회까지 반복하면서 대응이 훨씬 까다로워졌다”며 “봉지를 씌운 이후 해충이 발생하면 방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온이 따뜻해지는 시기부터 정밀하게 약제를 살포하고, 이후에도 직접 하나하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할 경우 손으로 해충을 제거하는 수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수원에는 해충 방제기도 설치해 실시간으로 예찰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정밀한 생산관리 아래 출하된 배는 도매시장에서도 ‘이품회 배’로 불리며, 별도 브랜드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내 품질 신뢰도가 높아, 매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