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원예농협(조합장 채규선)은 조합원이 생산한 신선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 모델을 정착시키며, 지역 농업 기반의 지속성과 소비자의 신뢰를 동시에 구축해왔다. 이 구조의 핵심에 자리한 순천원예농협 하나로마트는 단순한 판매 거점을 넘어, 지역 농식품 유통체계를 지탱하는 복합 기능의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다.
# 하루 2,500명이 찾는 공간, 구조로 답하다
2006년 개점 이래 2007년 100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 기반을 다진 순천원예농협협 하나로마트는, 2024년 기준 연매출 376억 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1억 360만 원의 매출과 약 2,500여 명의 고객 유입은 지역 유통시설로서의 높은 회전율과 구매력을 보여준다.
2023년 대비 소폭의 매출 하락과 고객 수 감소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인한 일시적 외지 수요 증가와 지역상품권 사용 제한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2024년 하나로마트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2억 원 증가해 1억 6천만 원을 상회했으며, 이는 동일 조건 아래 운영 효율성과 수익 구조를 동시에 개선한 사례로 주목된다. 핵심은 2024년 8월에 단행된 단층화 리뉴얼이다. 기존 1·2층으로 나뉘었던 매장 기능을 1층으로 통합하고, 2층은 외부 임대 공간으로 전환하면서 운영 효율은 높이고 고정비는 줄였으며,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동선이 간결해지고 쇼핑 경험이 개선되며 재방문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리뉴얼 이후에는 고객 체류 시간과 매대 집중도 모두 증가했다. 단층화 구조는 동선을 단순화하고 팀 단위 운영 효율을 높였으며, 신선식품 코너 접근성 개선으로 산지직거래 시스템의 가치도 강화됐다.

# 직거래에서 디지털까지, 하나의 흐름
이처럼 구조 개편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협 고유의 직거래 유통 시스템이 있다. 순천원예농협은 공판장에서 경매된 농산물을 같은 날 매장에 입고해, 신선도 저하 없이 당일 유통을 실현하고 있다. 유통단계 축소는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저온물류체계, 산지 직송, 입고-진열 간소화 등 전 과정의 고도화는 구매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송 인프라도 주목된다. 8대의 배송 차량이 교대 근무 체계로 운행돼 신선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며, 수요 급증이나 비상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유통 기반 위에 펼쳐진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인상적이다. 2024년 기준 약 6,000명의 고객이 카카오톡 채널 및 밴드에 가입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신상품 입고, 기획전, 할인 행사 등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한정 수량 반짝 세일은 특정 품목뿐 아니라 주변 상품군까지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디지털 전략이 단기 홍보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비 행태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이 핵심이다. SNS 공지를 통해 유입된 고객 반응은 매장 유입뿐만 아니라 체류 시간과 객단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연결되며, 순천원협 하나로마트는 디지털 채널을 운영 수단이 아닌 실질적 판매 구조의 일부로 정착시켰다. 이는 지역 단위 유통조직의 전략적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 운영은 구조로, 신뢰는 사람으로
인사 구조 측면에서도 하나로마트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 직원 대상 CS 교육을 연례화하고, 팀장급 이상 직원에게는 유통관리사, 식육처리기능사, 농산물품질관리사 등 자격 취득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전문성과 신뢰를 동시에 갖춘 조직문화를 형성하며, 서비스 품질 균질화와 고객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운영 환경 역시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다. 매장 면적은 약 600평, 건축면적은 2,000평에 달하며, 총 51명의 직원이 농산·수산·정육·공산·계산·배송 등으로 팀이 나뉘어 13시간 교대 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 부서는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고객 응대와 매장 회전율 제고라는 공동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 운영 시스템은 단기 수익성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 형성과 고객 기반 확장의 토대로 작용한다. 특히 오는 2025년 5월 30일에는 하나로마트 개점 19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고객 감사 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이는 단순 소비 촉진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터뷰 / 채규선 조합장
“우리는 소비자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채규선 조합장은 “단층화는 단순히 층수를 줄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을 분석해 자연스러운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선의 효율보다 소비자 행동의 흐름에 집중했다”며 “체류 시간과 매대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 결국 구매에도 리듬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뉴얼의 목적을 단순한 판매 촉진이 아니라 ‘결정 환경의 조율’에 두었다고 강조했다. “피로감 없이 매장을 한 바퀴 돌고, 자연스럽게 필요한 상품 앞에 서게 된다면, 그 자체가 잘 짜인 구매 리듬”이라는 설명이다.
유통 시스템에 대해서는 “신속한 유통보다 중요한 건 그 경로의 정직성”이라며, “공판장에서 들어온 농산물이 어떻게 매대에 진열되는지를 조합원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채널 운영 원리 역시 같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알고 싶을 때 정확히 맞춰 전달돼야 한다”며, “그 타이밍이 곧 매장 내 흐름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매장이 아무리 잘 꾸며져 있어도, 직원 한 사람의 태도가 모든 인상을 좌우한다”며, “직원을 단순 인력이 아니라 마트의 대표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사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CS 교육이나 자격 취득은 단순 제도가 아니라,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의 최소 조건”이라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우리는 구조를 설계하는 조직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유통 조직”이라며, “조합원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운영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