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풍환(대구경북능금농협 이사 사과 명장) - 농업 기술 교육 ‘꼼꼼히’ … 지역 환경에 맞는 품종 선택 중요
남풍환(대구경북능금농협 이사 사과 명장) - 농업 기술 교육 ‘꼼꼼히’ … 지역 환경에 맞는 품종 선택 중요
  • 권성환
  • 승인 2025.03.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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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축형 재배, 개별 지주 설치 … 품질·생산량 ‘안정화’
남풍환 이사가 농원을 살피고 있다.
남풍환 이사가 농원을 살피고 있다.

“농사는 철저한 설계부터 시작입니다.”

경북 포항시 기북면에서 30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남풍환 대구경북능금농협(조합장 서병진) 이사는 “이제 농사는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설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이사가 농업에 뛰어든 것은 3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운영하던 사업이 어려워지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아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는 농사를 선택했다”며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기존의 관행농법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농업에서도 전문 지식 없이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달은 남 이사는 처음에는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기본적인 재배 기술을 익히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후 국내에서 밀식재배로 성공한 선진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 중심의 농업 기술을 습득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체계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경북 농민사관학교와 마이스터대학, 경북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차례로 이수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또한 국내 교육에 그치지 않고 뉴질랜드, 유럽, 북미, 일본 등 해외의 선진 농장을 방문해 농업 선진기술을 현장에서 익혔다.

이러한 배움과 현장 경험은 남 이사의 농업 전략인 ‘설계 농법’의 토대가 됐다.

남 이사는 “사과나무는 한번 심으면 최소 10~15년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환경에 맞는 품종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역 환경에 맞지 않는 품종을 심으면 착색이 잘 안 되고 각종 병해충 피해도  심해져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 이사의 과원은 저장성과 시장성이 뛰어난 후지 계열 품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시나노골드와 아리수 등 조·중생종 품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단일 품종 재배는 리스크가 크다”며 “시나노골드와 아리수 등을 병행 재배해 수확 시기를 분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형 관리 역시 남 이사의 농사 철학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는 전국의 농업인들이 선진 농법을 배우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는 선진 농가로서 싱글·더블 구욧형, 이축형, 스핀들형, 세장방추형 등 다양한 수형을 적용하고 있다.

각각의 수형마다 장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 이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축형 재배 방식이다. 그는 “다축형은 좁은 면적에서 고밀도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어 기존 관행 재배 방식보다 2~3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우리 농원의 경우 5년차 기준 300평당 5~6톤, 8년차 이후에는 10톤 이상 수확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지주 설치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다축형 재배는 한 번 축이 무너지면 주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개별 지주를 사용해 지지력을 강화하면 태풍 등 기상 악화에도 축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품질과 생산량 모두 안정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기 투자비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 관리와 수형 유지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방제 철학 역시 남 이사의 특징이다. 그는 “농사의 방제는 예방이 전부”라며 “병이나 해충이 발생한 후에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약제의 속도, 살포량, 분포의 세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남 이사는 “약이 나무 전체에 정확히 묻어야 하고, 특히 약제는 적정 속도와 농도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토양 관리도 세심하게 이뤄진다. 신규 조성지는 최소 1년 전부터 평탄 작업과 유공관 매설, 완전 부숙 퇴비, 미생물 제제, 생석회 등을 투입해 철저히 토양을 계량한 후 나무를 심는다. 그는 “토양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묘목을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기술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남 이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경북대학교 친환경교육연구원에서 실시하는 스마트팜 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는 “미래 농업은 결국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이 핵심”이라며 “스마트팜 환경 제어와 생육 분석, 병해 예측 기술 등을 배워 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남 이사의 농장은 이미 전국에서 선진 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벤치마킹을 넘어선 철저한 설계와 준비’에 있다. 남 이사는 “이제는 품종, 수형, 토양, 방제, 스마트팜 기술까지 전방위적으로 설계하는 농업인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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