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형 계절근로제, 취지는 좋은데 … 현장은 ‘제도 개선’ 아우성
공공형 계절근로제, 취지는 좋은데 … 현장은 ‘제도 개선’ 아우성
  • 권성환
  • 승인 2025.03.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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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연금 부담 등 농협 적자 심화
지자체마다 운영 제각각 … 표준 매뉴얼 없어 현장 혼란
농식품부 “공공형 계절근로제 보완 … 현장 목소리 반영할 것”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괴산군)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괴산군)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농가의 호응 속에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과의 괴리로 인한 개선 요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지자체가 모집한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농협이 직접 고용해 농가에 단기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협이 근로자 채용부터 배치, 관리까지 담당해 농가는 인력 확보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지역 인건비 상승 억제에도 효과가 있어 농업 현장에서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2022년 전국 5개 농협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 말까지 90개 농협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의 빠른 성장 속에서도 현장에서는 제도의 현실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근로기준법 예외 적용 필요

우선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농가가 직접 고용하는 기존 계절근로자의 경우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무 수당 지급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예외 적용을 받지만, 농협은 사업장 규모와 법적 지위상 이 같은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농가의 경영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환원형 사업으로, 농협이 농가의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는 구조다. 하지만 농협은 인력을 더 많이 배정받을수록 주휴수당과 초과근무 수당 등 추가 비용이 계속 늘어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며 “사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농협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등 의무가입 … 농협·근로자 부담↑

사회보험 가입 문제도 현실과 동떨어져 농협과 근로자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은 최장 8개월로 국민연금 최소 수급 조건(10년)을 채울 수 없어 납부금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근로자와 농협은 각각 월평균 11만 원씩 총 22만 원을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베트남, 필리핀 등 사회보장협정 체결국의 경우 반환일시금을 통해 일부 환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고용주인 농협은 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더구나 주요 송출국인 라오스 등 협정 미체결국 출신 근로자는 환급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안동 와룡농협 김영호 상무는 “납부금만 부담하고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농협과 근로자 모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단기체류 특성에 맞춘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 표준화 시급한 세부 운영 지침

지역과 농협 마다 제각각인 공공형 계절근로 운영 지침을 표준화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지역, 농협별로 근로자의 일당 책정 방식과 인력 배치 기준, 운영 세부 사항 등이 달라 혼란이 크다. 이 때문에 신규로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도입하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농협의 현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현재 법무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등 다수 부처에 업무가 분산돼 있어 행정 절차의 중복과 복잡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부처 간 업무 일원화나 범정부적 협력을 통해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현장 의견이다.
신정식 공공형계절근로운영농협협의회장은 “운영 지침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과 비효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범정부적인 협력 아래 통일된 지침과 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자체 지원 천차만별 … 농협 적자 ‘심화’

지자체 지원 문제 역시 현장에서 절실히 호소하는 사항이다.

지자체의 관심도와 재정 여력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져 지원이 아예 없는 지역도 있는 반면, 적극적인 지역은 연간 최대 4억 원까지 지원받고 있어 격차가 크다.
지원이 미흡한 지역의 농협들은 근로자 숙소 제공과 운영비는 물론, 입국 후 취업교육, 건강검진, 외국인등록 신청 등 각종 부대행정 비용까지 전액 부담하며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지자체 지원이 미흡한 지역 농협은 인건비 적자와 행정 비용 부담이 갈수록 심화돼 운영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농협중앙회가 협력해 지역 간 형평성을 맞춘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입국 직후 행정 공백 문제 해결 시급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한 직후 발생하는 행정 공백 문제도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입국 이후 외국인 등록증 발급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면서 건강보험 가입 지연 등으로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해 외국인 등록 절차 간소화 및 보험 가입 절차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현장 애로 해소 위해 제도개선 추진

김동우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공공형 계절근로제와 관련된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파악하고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며 “외국인 등록 절차 지연에 따른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무부와 등록 절차 간소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납부금 환급 문제 역시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의견을 계속해서 수렴하고 반영하여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농촌 일손 부족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운영 손실을 줄이고 사업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폭염이나 장마 등 기상악화로 농가 근무가 어려울 때 농산물 선별·세척·포장·1차 가공·육묘 관리 등의 업무(근로자별 총 근로 시간의 30% 이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임금 보장 기준도 기존의 체류 기간 대비 75% 일수기준에서 주당 35시간 이상 근로하는 시간기준으로 변경했다. 
또한 결혼이민자의 계절근로자 초청 범위를 형제·자매로 축소하고, 계절근로자의 체류 자격과 최대 체류 기간을 8개월까지 연장·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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