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검역 강화 등 대책 마련돼야”

수입 꽃이 국산 꽃의 생산량을 뛰어넘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화훼 농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국화와 카네이션의 수입량은 국내 생산량을 초과했고, 장미 수입도 지난해 26.6% 증가하는 등 주요 절화 품목의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내 화훼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회장 서용일)는 지난 10일 대전 베스타 회의실에서 전국 주요 산지 생산자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수입 꽃 대응 전략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수입 꽃으로 인한 문제 ▲관세 포탈 방지, 검역 강화, 원산지 단속 및 국내 부가세 정책 등의 개선 방향 ▲국산 꽃과 수입 꽃의 차별화 전략 ▲국산 꽃 사용 촉진을 위한 법제화 필요성 ▲수입 꽃 상장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 수입된 국화는 약 1억8,699만 개로 전년(1억7,808만 개) 대비 약 4.9% 증가했다. 카네이션 또한 7,216만 개가 수입되며 전년(6,382만 개) 대비 13.1% 늘어났다. 장미의 경우, 지난해 2,391만 개가 수입돼 2023년(1,888만 개)보다 26.6% 증가하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국화와 카네이션의 수입량은 국내 생산량을 초과했으며, 장미 역시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주요 절화 품목들의 수입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화훼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국내 화훼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관세 및 검역 강화 ▲수입 꽃의 원산지 단속 ▲국내 부가세 정책 검토 등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한 참석자는 “국내 화훼 농가가 높은 인건비와 재배 비용을 감당하는 상황에서 수입 꽃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수입 꽃의 농협 공판장 및 aT화훼사업센터 상장 문제도 논의됐다. 상장을 통해 유통 경로를 투명화하고 국산 꽃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상장 수수료 및 부가세 징수를 통해 공판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수입 꽃이 상장될 경우 공급 과잉으로 국산 꽃 가격이 하락하고, 경매 지연 및 유찰률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수입 꽃 상장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연구 과제에는 ▲상장으로 인한 피해 분석 ▲국내 화훼 농가의 손익 예측 ▲국내외 사례 연구 ▲관련 법·제도적 검토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개선과 정부 건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서용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회 회장, 국중갑 전북국화연구회 회장, 정태식 농협부산화훼공판장출하자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서용일 회장은 “수입 꽃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농가와 화훼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화훼 농업인의 소득 증진과 권익 보호, 그리고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