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국 농민 보호를 명분으로 꺼내든 ‘관세 카드’에 국내 농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신선 농산물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품목이나 시행 지침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농산물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직접 글을 올려 4월 2일부터 농산물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하루 뒤인 4일 열린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도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의 4배에 달한다”고 직접적으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트럼프의 주장처럼 한국의 관세율이 정말로 미국보다 4배 높은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나라 농식품 교역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선농산물의 대미 수출액은 약 2억 4,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49%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배와 인삼 등이 대표적인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실제로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농업계에서는 이미 상호관세 적용 가능성을 걱정하며 바짝 긴장한 상태다.
상호관세는 상대 국가가 자국 제품에 매긴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만약 미국이 이를 시행한다면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되는 한국의 예외적 관세 역시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가 지난 2012년 발효되면서 많은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됐지만, 일부 민감한 품목은 여전히 보호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FTA 체결 이후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가 없어졌지만, 신선농산물과 같이 민감한 품목에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이 상호관세 적용을 요구할 경우 해당 품목의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더 깊어지면서 국내 농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20%로 일괄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농산물 시장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이 미국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유입되면 한국 농산물의 경쟁력과 수출 활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무역 전쟁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조치에 대한 단순한 대응 시나리오 마련을 넘어, 농업의 수출 활성화와 글로벌 공급망 전략까지 장기적인 로드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카드는 그저 협상의 시작일 수 있다. 통상 외교의 정교한 전략 마련은 물론, 농업 전반에 걸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