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중 감모율 상승 … 공급 감소 폭 더 커질 것”

지난해 9월 말까지 이어진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인해 배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설 이후 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저장 중이던 배에서도 무름 현상이 속출하면서 추가적인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배 주요 생산지인 평택, 천안, 아산, 안성, 상주, 나주 등에서는 지난해 8~9월 폭염과 폭우가 겹치며 수확기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 생산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 이후 까지 이어진 고온으로 인해 일소(햇볕데임)와 열과(열매터짐) 피해가 심각했던 데다, 수확 이후에도 저장 중인 배의 품질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산 저장 배 물량은 전년 대비 1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가을철 고온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데 이어, 저장 과정에서도 감모율이 높아지면서 공급 감소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희 한국배연합회장(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워낙 컸고, 현재 저장 중인 배에서도 무름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설 대목 이후 배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는 냉면, 육회, 김치 등 다양한 요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이번 공급난이 소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설 대목에서 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이후에도 수급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4년 배 총 생산량이 2023년 대비 약 3% 감소한 가운데, 저장 중인 배에서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설 이후 물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 분산을 위해 2023년 작황이 좋았던 단감과 포도 등의 소비를 유도하고, 6월까지 바나나·오렌지 등 수입 과일의 할인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또한, 2025년산 햇배가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분산 출하해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이에 대응해 저장 기술 보급과 현장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인해 배 저장 중 품질 저하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확 후 품질 유지를 위한 저장 기술 지원과 함께 고온 피해 예방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