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도 소비자가격 ‘강보합’ … 체감 효과 미미
정부가 농산물 수급 불안정 대책으로 할당관세 확대를 반복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수입업체와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만 늘어나고 국내 농업 생산기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이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으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계속 늘려왔다. 2021년에는 31개 품목(2,367억 원)이었지만, 2022년 67개 품목(8,774억 원), 2023년 83개 품목(6,250억 원), 2024년 103개 품목(7,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었던 관세 수입 약 2조 2,000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할당관세 적용이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송 의원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 이상 할당관세를 적용한 17개 농축산물의 수입가격과 소비자가격 변동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부의 할당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품목에서 소비자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2023년부터 할당관세가 적용된 파인애플·바나나·망고는 23~27%의 수입가격 인하 효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비자가격이 상승했으며, 지난해 들어서야 가격이 다소 하락했다. 무와 배추 역시 지난해 할당관세 적용으로 각각 21%의 수입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전년 대비 17%, 24% 상승했다. 냉동 딸기·체리·아보카도 등도 지난해 23~28%의 수입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소비자가격은 8~11% 올랐다.
수입가격이 낮아졌음에도 소비자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한 이유로는 수입업체와 유통업체의 이익 확대가 꼽힌다. 실제로 국내 주요 축산물 수입 유통업체 10곳의 매출총이익은 2021년 6,020억 원에서 2022년 4,359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3년 6,041억 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바나나·파인애플 등을 수입하는 한 업체는 2024년 영업이익이 308억 8,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3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할당관세 확대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는 효과를 내지 못한 반면, 농축산물 수입업체와 도매시장법인, 식품기업 등의 이익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으면서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2년간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도매 및 상품 중개업 평균 영업이익률 4%를 훨씬 웃도는 22~24%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0개 채소류와 10개 과일류 평균 도매가격이 각각 10.8%, 6.4% 상승하면서 6개 도매법인의 거래금액은 2021년 4조 1,414억 원에서 2023년 5조 1,000억 원으로 23%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할당관세 확대를 물가 안정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배추 할당관세 0% 적용을 조기에 시행하고, 기존 무 할당관세 적용도 연장했다. 또한 오렌지·바나나·파인애플·망고·자몽·아보카도·만다린·망고스틴·두리안 등 10종의 과일류에 대해 추가 할당관세를 적용해 바나나 20만 톤, 파인애플 4만 6,000톤, 망고 2만 5,000톤 등에 대한 30% 관세를 한시적으로 철폐했다.
송 의원은 “정부의 무분별한 할당관세 확대는 소비자와 농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나 사재기 같은 불공정 유통행위 감시에 소홀한 상태에서 수입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소비자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