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사과 품종 육성과 보급 방향
국산 사과 품종 육성과 보급 방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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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사과 품종 재배 비율 지속적으로 늘어
좋은 품종 개발해 국산 품종 인지도 높여나가야

199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의 약 90%는 일본 품종인 ‘후지’(부사)와 ‘쓰가루’(아오리)였고 국산 품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88년 ‘홍로’, 1992년 ‘감홍’, 2010년 ‘아리수’ 등 맛 좋은 우리 품종이 개발, 보급되어 현재는 국산 품종 재배 비율은 22%에 이르고 면적 또한 지속해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사과 품종은 몇 가지나 될까? 일반 국민이 알고 있는 사과 품종은 아마도 늦가을에 수확하여 이듬해까지 저장하면서 연중 맛볼 수 있는 ‘후지’,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홍로’, 한창 더운 8월에 수확하는 풋사과 ‘쓰가루’ 정도가 아닐까 한다. 조금 더 사과를 즐기는 사람은 새콤달콤 맛있는 ‘아리수’, 못생겼지만 맛있는 ‘감홍’ 사과 정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의 사과 품종 선택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과를 많이 재배하는 미국이나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연중 구매할 수 있지만, 우리는 특정 품종에 치우쳐 재배하고, 그나마도 품종명 없이 유통돼 소비자 선택 폭이 좁은 상황이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숙기, 맛, 향기, 기능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사과가 품종명으로 유통이 돼 품종 고유 특성을 소비자들이 즐기고 기억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품종 특화 재배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과 품종 개발은 평균 20년 정도가 소요되는 장기간의 연구이다. 품종 개발에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개발된 신품종의 농가 보급, 시장 유통, 소매 판매 경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추가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는 묘목을 심어 과일이 열리기까지는 3~4년이 소요된다. 또한, 사과나무는 한번 심으면 15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재배하기에 개발된 신품종이 기존 품종을 대체하여 농가에 심어지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량이 출하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된다. 여기에 기존 품종과 재배 특성이 다를 경우 재배법 확립 기간까지 더해지면 품종 보급은 더 더디게 진행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그간의 품종 보급 경험을 바탕으로 신품종의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보급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즉, 신품종의 조기 시장 안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대형 유통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신품종의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일괄 진행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단지화해서 재배하면 보급 초기 나타나는 재배적 단점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출하 물량과 인지도 부족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강원도 홍천군, 네오게임즈와 ‘컬러플’, ‘이지플’ 지역특화 단지화 재배를 진행하고 있고, 대구 군위군, 대구경북능금조합과는 ‘골든볼’ 단지화 재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좋은 품종을 육성하는 육종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품종이라도 단점은 있는 법. 신품종 보급 초기에 단점이 부각되면 품종은 사장되기 마련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우수한 품종 개발에 더해 개발된 품종이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관련 업계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앞으로도 우리 품종의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박종택<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센터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