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안욱현(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 연구관)
기고 / 안욱현(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 연구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2.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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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딸기시장 크게 형성 블루우션
신선딸기 생산 열망 수직농장 가능성 ↑

■수직농장으로 무장한 한국 딸기 중동 진출기(進出記)

수직농장(垂直농장, Vertical farm)은 외부차단 정도가 높은 공간에서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요소(빛, 온도, 습도, 양분 등)를 인공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식물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구축된 시설을 말한다. 최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이상 기후로 인해 식량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농산물을 연중 안정생산 하는 수직농장에 대한 기술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사막기후로 농산물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자국 식량안보를 위해 수직농장 기술에 열망하고 있으며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수직농장 투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직농장 수출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중동에서는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첨단 농업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어느새 중동은 다양한 농업 기술들의 시연장이 되어 나날이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직농장 기술이 엽채류, 약용작물에 국한돼있으며, 이는 더는 현지 소비자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현지 소비자는 수입산이 아닌 신선한 과채류의 공급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수직농장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경제성 있는 기술을 정립해야 한다. 먼저, 한국적인 이미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재배 품목의 선정이 중요하다. 여기에 적합한 품목은 바로 딸기이다. 대한민국 문화 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에서, 딸기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세련된 컨텐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 하나는, 한국형 수직농장은 딸기를 비롯한 한국적 특성이 강한 품목을 기반으로 설비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벨류체인의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수직농장의 설비를 넘어 제품의 혁신기술, 운영체계, 사후관리 등 상품과 서비스를 시스템화하여 부가가치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수직농장의 경제성확보를 위해 생산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유통채널 확보가 중요한데 한국형 수직농장 모델은 카페·레스토랑 운영, 프리미엄 유통채널과의 연계를 통해 생산된 딸기가 바로 그곳에서 소비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막 한가운데서 딸기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딸기와 딸기 디저트를 먹는 것은 센세이션일 것이다.
 

카타르 과채류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카타르 과채류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딸기 수직농장이 시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을 판단하기 위하여 농촌진흥청은 직접 중동에 가서 현지 과채류 바이어, 수직농장 바이어, 유통채널 관련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조사를 수행하였다. 중동의 대표적인 국가인 UAE의 경우 연간 딸기 수입액은 5~6천만USD에 이르며 최근에는 자국 기업 Pureharvest에서 스마트팜을 통해서 딸기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시장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지 대형마트 쇼케이스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된 딸기가 빼곡하게 채워진 것을 확인하였다. 수입 시기는 미국(11~5월), 남아공(8~11월), 스페인(2~4월), 이집트(11~1월), 네덜란드(연중) 등으로 국가별로 분산되어 실질적으로 딸기가 연중 UAE에 공급되면서 연중 지속되는 딸기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현지에서 조사한 프리미엄 딸기에 대한 핵심구매 고려요인(Key buying factor)는 ‘신선도·원산지 > 맛 > 외관 > 크기’ 순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여 신선과일의 선도유지가 어려운 중동 지역의 특성에 기인한다. 보통 달고 맛있는 딸기의 경우 경도가 약해 신선도에 취약한데, 수직농장에서 딸기가 재배된다면 맛과 신선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에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물론 초기 기반 구축 비용, 에너지 사용 비용 등으로 인해 딸기 수직농장이 경제성을 완전히 확보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한 딸기 수직농장 시장성을 극대화 하는 노력들이 더해질 때 경제성 확보의 시간은 빨리 도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딸기의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및 이집트산은 대중시장에, 네덜란드 및 미국산은 프리미엄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데, 특히 네덜란드산은 본국의 첨단 스마트팜에서 딸기를 연중 생산함으로써 가장 비싼 가격에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다. 한국 딸기는 세련된 원산지 이미지 뿐 아니라 당도, 색상, 외관 등 차별적인 상품요소로 인해 경쟁국 대비 최고가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미국산 딸기는 평균 9브릭스 정도의 당도에 크기, 모양, 색상이 불균일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5.0$/250g에 판매). 프리미엄 가치를 가장 많이 인정받고 있는 네덜란드산 딸기는 평균 10브릭스 정도의 당도에 소과 위주로 250g 기준 약 9$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산 딸기는 평균 당도 13브릭스 정도로 색상과 외관이 우수하여 현지 시장에 유통 시 네덜란드산 보다 40~50% 정도 높은 가격에 팔릴 것으로 평가되었다(13$/250g에 판매가능). 설향, 금실, 킹스베리 등 중동 현지에 수출된 적이 있는 한국 딸기 품종들은 모두 경쟁국가 딸기 대비 현지 선호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현지 선호도를 확인한 만큼 수직농장 생산성, 수직농장 내 수분률, 경제성 등 수직농장 적합성이 가장 뛰어난 품종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수직농장 전용품종으로 활용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딸기 수직농장을 구현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 아직까지 수직농장 환경 하에서 딸기 재배기술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좋은 수직농장 시설을 갖추고도 최상의 품질의 딸기를 재배하는 것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부터 수직농장 딸기 재배 기술지원단을 만들어서 딸기와 관련된 품종, 육묘, 수분, 생육, 환경, 시설 등의 전문가들이 수직농장 업체들의 딸기 재배를 지원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수직농장 환경 하의 딸기 최적 재배기술 개발을 과제화해서 수직농장 무병 우량묘 생산기술, 수직농장 딸기 최적 광조건 구명, 수직농장에서 활동량이 급감하는 벌의 활동성을 개선하는 딸기 수분률 향상 기술 등 현장에서 긴급하게 요구되는 기술들을 신속히 개발하여 한국형 딸기 수직농장 수출에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