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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인고와 절개=《춘향전》의 십장가에서는 국화가 등장한다.구자 낫을 싹 붓치니/구고의 학이 되야구만장공 놉히 날아/구곡간장 매친 한을구중심처 알외고져/구월상풍 요락한들구월황화 이우릿가여기서의 국화는 곧 춘향의 절개를 상징한다. 구월의 차가운 서릿발에도 이울지 않는 국화처럼 춘향의 일편단심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저항하듯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혹독한 상설의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국화는 봄이 아직 빠른 세한에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매화와 어딘가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양자를 ‘세한이우(歲寒二友)’등으로 병칭하기도 한다. 다만 매화가 봄이 오는 것을 고하는 화괴 또는 춘풍제일지라고 할 수 있는데 반해서 국화는 “이 꽃이 지고나면 이제 다시 피는 꽃은 없게 된다”(당나라 원진의 <국화> 시구절)는 표현에서와 같이 ‘일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추의 꽃’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말하자만 매화가 꽃의 선봉이라면 국화는 꽃의 전군(후미의 군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중국에서의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국화의 한자인 ‘菊‘의 어원은 그해 꽃의 구극에서 나왔다고 한다. 육전의 《비아》에 ’국(菊)‘은 원래 국(鞠)’이라고 썼는데 이것은 궁(窮)‘을 의미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다.국화와 매화의 이미지의 차이를 원대(元代)의 시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국화는 유인과 같고매화는 열사와 같도다모두 풍설 속에서 꽃이 피지만표격은 전혀 같지 않구나국화의 은사로서의 상징성은 다시 확대되어 기품이 높고 고결한 감이 드는 만년의 인간상을 상징한다. 만년을 맞으면서 꾸겨짐이 없이 성스러운 생활태도를 지녀 존경을 한몸에 모으고 있는 인물에 비유되는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연배자, 공로자,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비유되고 있다.국화의 이와 같은 고귀하고 고결하며 성숙한 모습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첫째로 국화는 험한 환경에 강한 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인 것 같다. 국화가 생장성숙에 이르기까지는 만리장정(萬里長征)에 견줄만한 신산(辛酸)을 겪어야 한다. 한기(寒氣)에 시달리면서 개화한 그 가치는 실로 높은 것이다. 시인 서정주는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고 먹구름 속에서 천둥이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했다.둘째로 전술한 바와 같이 국화는 그해의 꽃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피는 꽃이라는 데서 노경의 성숙, 노경의 미에 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늙어서 인격·교양·학문·기능 등 모든 면에서 노숙한 경지에 이른다. 물론 젊어서도 노숙한 소양을 일찍부터 습득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러 대를 이어온 노포(老鋪)가 품격이 있고 세간의 평가를 받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평가도 비슷한 점이 없지 않는 것이다.셋째로 일반적으로 국화의 색깔이 황색이라는 것과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황색은 수확의 색이다. 다 익은 곡식이나 과실은 가을을 물들이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온다. 가을은 ‘황금의 계절’이라고도 표현해 왔다. 만물의 성장의 종점으로 사람들은 즐겁게 이를 받아들이고 감사한다. 봄은 청색으로 만물의 성장을 상징하는 데 대해서 황색은 인간관계의 골 쪽에 선다. 성숙외에 정점·완비·존엄 등 여러가지 정도에 따라 최고단계를 가리키는 색이다.그래서 국화의 별명으로 황화(黃花.黃華)가 생겨났다. 황색에 빛나는 번성한 모습의 꽃을 의미한다.△불로장수=국화는 예부터 불로장수를 상징하였다. 옛사람들은 단순히 국화의 은일미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식용에 공하여 불로장수한다는 데 더 관심을 가졌다. 국화의 다른 이름에 갱생·장수화·수객·부연년·연령객 등으로 부른 것은 이와 같이 장수의 의미가 있는데 따라 붙여진 것이다.국화의 식용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본초경》에서는 “줄기는 자색이요, 향기롭고 그 맛이 감미로우며 그 잎사귀로 국을 끓일 수 있는 것이라야 진국이다”라고 하였고 《포박자》에서도 식용 여부로써 진국이나 아니냐를 판별한다고 하였다.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신선가류가 등장하게 되어 국화를 복용한 신선의 전설이 수없이 생겨나게 되었다.강풍자는 감국화·백실산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고 하고, 도사 주유자는 국초를 달여 마시고는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갔다고 하며, 유생이 흰 국화의 즙을 짜서 화단증지(和丹蒸之)하여 일년을 복용하고 500세를 살았다고 《포박자》에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