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인가, 참다래인가
키위인가, 참다래인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9.03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다래와 키위는 같은 과일
명칭 정리후 본연의 맛과 효능 논의돼야

A: 와~ 이 참다래 맛있다!
B: 어? 이거 키위 아냐?
A: 아냐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게 참다래고 키위는 외국에서 수입한 거야
B: 근데 왜 포장에는 키위라 되어있지?

나는 산에서 나는 토종다래가 참다래인줄 알았지! … 아니, 그러면 양다래는 뭐야?

위의 대화는 키위와 관련해 흔히 겪거나 들어봄직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혼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그것이 키위인지 참다래인지 헷갈리며 먹는다. 또한 ‘참다래’라는 것은 우리나라 야생 다래를 뉴질랜드에서 개량하였다고 오인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렇다면 참다래와 키위는 다른 것일까, 같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참다래와 키위는 같다. 왜 같은 과일을 두고 여러 단어로 불리게 되었을까?

키위는 원산지가 중국 양자강 유역인 과수이다. 원래 ‘차이니즈 구즈베리(Chinese gooseberry)’라고 불렸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던 업체에서 중국색을 뺀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자 ‘멜로네트(Melonnete)’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상품이 멜론으로 취급되어 수입 관세가 더 붙었다. 이를 피하려고 뉴질랜드 측에서 생김새가 비슷한 국조 키위의 이름을 따서 ‘키위프루트(Kiwifruit)’라고 부른 것이 ‘키위(Kiwi)’의 시초다.

참다래라는 명칭은 온전히 우리나라에서 붙인 이름이다. 1970년대 후반 한국에 도입, 재배되기 시작하다가 1991년 키위가 농산물 수입 자유화 대상에 포함되어 타격을 받았는데, 이때 국내산 키위를 ‘참다래’로 명명하고 ‘참다래유통사업단’을 조직한 것이 명칭의 기원이다. 또한 1997년 한국어 표기 일환으로 ‘참다래’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동시에 토종다래(외국에서는 키위베리라고 부름)에 견주어 키위를 ‘양다래’라고 부르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과일을 2~3가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참다래나무: 「명사」『식물』=다래나무.
·다래나무: 「명사」『식물』- 중략 - 참다래나무. (Actinidia arguta)
·키위(kiwi): 「명사」양다래의 열매를 이르는 말. ≒키위프루트.

키위를 잘 아시는 독자라면 뭔가 개운치 못할 것이다. 위에서는 참다래와 다래를 같은 것으로, 학명까지 덧붙여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배되고 유통되는 국내산 키위 ‘참다래’는 학명이 Actinidia deliciosa와 Actinidia chinensis 두 가지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정의와 일치하지 않다. 수정이 필요하며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한다.

이러한 명칭에 관한 대표적인 두 의견은 ‘참다래로 표현하는 것이 국산품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과 ‘개방 시대에 수입이 계속 되고 수출도 시작하는 단계로 전 세계적 공통 용어인 키위를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통된 의견은 ‘소비자가 용어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한국참다래연합회’는 ‘한국키위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공통된 의견이 반영된 사례다.

키위를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해보면 키위가 맛이 있고 없고, 키위가 가격이 어떤지, 키위가 몸에 어디에 좋은지가 우선이 아니라 키위는 뭐고 참다래는 무엇인가라는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 명칭이 정리되어 이것이 무엇이고 저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보다 키위(참다래)의 본연에 맛과 효능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목희<농진청 원예원 남해출장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