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에서 7만 평 규모의 인삼밭을 운영하며, 정밀한 토양 관리와 현장 중심의 영농으로 주목받고 있는 농가가 있다. 전북인삼농협(조합장 신인성) 소속 정윤수 대의원은 후계농업인으로 15년째 인삼 농사를 이어가며, 품질 중심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운영 중인 인삼밭은 용도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정관장 계약재배지 4만 평, 수삼과 백삼용 생산지 2만 평, 묘삼 재배지 1만 평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목적에 따라 재배 밀도와 시기, 관리 방법도 철저히 구분된다. “인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토양입니다. 뿌리를 기르는 작물인 만큼, 땅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합니다”라고 정 씨는 강조한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예정지 관리다. 인삼은 한 땅에서 반복 재배가 어렵고, 연작 장해도 심한 작물이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예정지 확보 후 2년간 토양 회복에 집중한다. 호밀과 수단그라스를 교차로 재배해 녹비 작물로 활용하고, 화학비료 대신 계분을 사용해 지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심경 작업을 통해 토양을 깊숙이 갈아엎어 순환시키는 방식은, 한정된 농지에서 연작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더 나은 농업을 위한 학습도 이어갔다. 정 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하며 인삼 생리, 토양학, 병해충 등 다양한 이론과 실습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관리 방식과 판단 기준을 확립했고, 작목반 내에서도 이를 동료들과 공유하며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혼자 잘해서는 산업이 발전하지 않습니다. 함께 나누는 게 결국 나에게도 이득입니다”라고 말했다.
농협과의 관계도 긴밀하다. 전북인삼농협이 고창출장사무소를 신설해, 자재 공급이 원활해지고 행정 상담도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게 됐다. 정 씨는 “출장소가 생기고 나서 현장 대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농가는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가까운 지원이 큰 힘이 됩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농사의 철학을 ‘제때의 실천’으로 설명한다. “농사는 게으름을 모릅니다. 시기를 놓치면 한 해가 허사가 되죠.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작물이 큰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시기별로 투입해야 할 인력과 자재, 작업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하며, 모든 과정에 손을 놓지 않는다.
한편, 정 씨는 인삼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삼은 아직도 약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가공과 홍보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입니다.” 그는 건강식품에서 나아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진입하는 인삼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