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이 답
기획 -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이 답
  • 나동하
  • 승인 2025.01.07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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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부터 재배환경까지 정밀농업이 요구되는 변화의 시점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 … 피해 최소화
정밀농업의 시작 ‘데이터분석·환류 촉진 협의체’
폭우로 인해 잠긴 시설하우스
폭우로 인해 잠긴 시설하우스

▣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 연구 방향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기후변화가 오늘날 기후위기로 현실화되면서 우리 농업계로서는 최대의 대응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후변화가 최근들어 과수산업을 비롯한 원예산업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같은 현상이 금년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농업계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예상된 재앙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때 피해는 최소화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를 비롯한 각계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방안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 농업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작물의 생육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와 대응방안, 금년에도 찾아올 기상악화에 대한 농업인들의 선제적인 대처방안 등에 대해 알아 본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평균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아니라 혹한, 폭염, 폭설, 폭우와 같이 기상환경의 진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품종을 개량하면 고온, 저온, 일조량 부족과 같은 불량한 환경과 이에 따라 발생이 늘어나는 병해충에 더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지금까지 기후변화 적응형 품종 337종을 개발했으며,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한 품종개발을 확대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러한 품종개발을 효율적으로 빨리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육종을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의 육종 기술, 전통 육종은 육종가의 오랜 경험과 머릿속에 있는 지식 또는 수첩에 기록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 보니 육종가의 경험 수준에 따라 새로운 품종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개인의 노하우 자체가 자산이다 보니 기술 공유가 힘들고, 육종가가 바뀌면 기술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은 품종개발 전 과정을 전면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25년에 (가칭)한국디지털육종플랫폼을 구축하고 ’27년까지 59개 품목별 핵심집단, 유전체, 표현체 등 표준화된 육종정보를 플랫폼에 축적하여 민간에 개방·공유할 방침이다. 또한 품목별 핵심 형질의 분자마커도 442개까지 대폭 확충하고, AI 예측 모델과 스피드 브리딩 기술을 활용해 품종 개발 기간 (밀: 13년 → 7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농진청이 추구하는 디지털 육종의 지향점은 품종개발 전 과정에 유전학적 선진 기술 적용을 촉진하고, 육종 과정에 확보된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플랫폼에 축적하며, 모든 정보를 학계, 산업계, 육종가와 공유해서 대한민국 종자업계가 새로운 품종개발을 시도할 때 첫 출발을 보다 수준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육종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해를 미리 예측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는 농장의 지번만 입력하면 농장 단위로 11종의 기상정보를 예보해 주고, 동해, 폭염 등의 재해가 예상되면 경보와 함께 대응 기술도 알려주는 서비스다. 올해 말까지 110개 시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까지 전국 155개 모든 농촌지역 시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폭염피해를 입은 배
폭염피해를 입은 배

경북 의성의 사과농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장주는 “내 과수원은 산이 바로 옆에 있어서 뉴스나 날씨 앱에서 나오는 정보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과수원을 중심으로 날씨 정보를 보내줘서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사과 저온 피해가 컸던 2023년 3월, 내 과수원은 기상청 일기예보보다 최대 3도까지 낮아 저온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보 덕분에 미세살수 장치를 가동해 저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병해충은 사전예찰과 예측을 정확히 해 적기에 방제하고 방제 효과를 점검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예찰은 대학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업을 통해 예찰체계를 강화하고, 병해충 진단 앱, 무인트랩 등 예찰기술 개발을 통해 예찰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예찰체계는 도농업기술원과 대학이 참여해 주요 병해충 상습 발생 시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농작물 병해충 AI 영상진단·처방 앱 서비스는 지난 9월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휴대전화 앱을 설치하고 병해충을 촬영하면 즉시 어떤 병해충인지 진단하고 방제 약제를 추천하는데 병해충의 영상인식 정확도가 평균 95%로 높았다.

현재 31개 주요 농작물의 182가지 병해충에서 2030년까지 139 농작물 1139 병해충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병해충을 진단해 주는 것과 더불어 농촌진흥청에서는 전국적으로 작물별로 발생하고 있는 병해충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병해충도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벼멸구, 과수화상병 등의 문제 병해충 발생을 예측하는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과수화상병은 현재 개화기를 예측해 방제하는 수준인데, 2∼3일 정도 단기 예보와 중장기 예보가 가능한 예측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벼멸구는 온도를 기반으로 발생 정도를 예측했는데, 비래해충 발원지인 중국과 베트남의 발생 상황을 수집, 분석하고 예측모델을 고도화해 국내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예측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예찰 정보를 농가에 알려 방제를 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공동방제를 하고 방제 후에는 포장조사를 의무화해 방제효과를 조사해 추가 방제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온라인 가입 신청 방법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전라북도농업기술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온라인 가입 신청 방법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전라북도농업기술원)

현재 방제약제가 개발되지 않은 과수화상병은 실내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생물농약 1종에 대해 ‘26년까지 등록 시험을 추진하는 등 문제병해충 방제농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그간 따로 제공하던 농업기상재해시스템, 가축사육기상정보, 국가병해충관리시스템, 농장토양정보 서비스를 농업인이 기상변화, 병해충 등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사로에서 one-stop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정보 서비스 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최적의 생육 환경 조건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농업 기술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시설 온실 농가 현장에서 하우스 안 온도, 습도, 잔존 CO2, 양분 공급량 등 환경 데이터와 생산량 등 생육 데이터를 표준화해 수집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생산량을 도출하는 최적의 생육 조건을 농가에 제시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 기술이다.

예를 들면,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농민이 1월 온실 내부 온도, 습도, 양분공급량 등 생육환경조건을 각자의 경험에 따라 운영한 결과 평균적으로 1주일에 10a당 평균 160kg 수확한다.

농진청이 많은 농가의 환경과 생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산량을 1.8배(292kg)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온실 내 온도, 낮 온도, 야간 온도, 습도, 양분 공급량 등의 조합을 복합환경제어 모델로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작물의 재배환경과 생육 데이터 수집 품목을 21품종으로 확대하고 16품목의 의사결정 지원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 기술은 23개 민간 업체에 기술이전해 농가 보급을 확산하며, 이를 위해 민관협업‘데이터분석·환류 촉진 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노지작물의 스마트농업은 시설재배와는 달리 모든 환경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센서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환경을 예측하고 기계화와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토양수분, 기상예보, 생육진단 등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통합관리 플랫폼과 의사결정 내용을 실행할 수 있는 기계화, 자동화 등 요소기술이 필요하다. 농진청의 노지 스마트농업은 요소기술 단위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 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논에 밭작물을 재배할 때 습해를 줄이기 위해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데, 땅을 파지 않고도 배수관을 땅속 50cm에 묻는 기술로 김제시 사례를 보면, 1ha 시공비 1천2백만 원, 설치하지 않은 논에 비해 콩 수량이 50% 이상 늘어나 1ha당 소득이 700만 원 증가했다. 2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

이 기술에 더해 관수와 배수에 같이 쓸 수 있는 배관을 개발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가뭄에 하나의 시설로 대응하기 위해서임. 여기에 토양수분 정보와 기상정보를 추가하고 관수설비를 연결하여 물관리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개발되고 있는 노지 스마트농업의 요소기술로는 영상을 활용한 병, 생리 장애 등의 진단 기술, 병해충과 잡초를 자동으로 예찰, 진단하고 방제하는 시스템, 자율주행 트렉터, 무인자동방제기 등이 있다.

개발된 기술은 민간의 기술을 포함해 노지 스마트농업 실증 시범지구에서 실증하고 부족한 부분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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