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이탈로 수박 생산 감소 … 소비자 피해 볼 것

전북 고창의 한적한 농촌마을에 때 아닌 플랜카드가 마을입구를 막고 섰다. 눈에 띄는 시뻘건 색으로 출력된 수박 파렛트 출하에 반대하는 플랜카드였다. 플랜카드를 단 이들은 이 지역 수박 작목반 농부들이다.
신건승 농가는 현재 80세로 고령 농부다. 한 평생 고창에서 수박 농사를 지으며 수박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베테랑 농부다. 그는 요즘 수박 농사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5년 전 가락시장에서 시행된 수박 파렛트 거래 이후 판로가 점차 막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에서 파렛트 거래를 시행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동료 농부들과 함께 파렛트 작업을 전담하는 인력을 구해 파렛트 거래를 시행했다. 하지만 지금 파렛트 거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농가의 이탈로 서울 강서시장으로 차상거래를 다시 하고 있다. 이탈한 농가들은 수박농사를 포기하거나 포전을 통해 유통을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신건승 농부는 올해부터 강서시장에도 수박 파렛트 거래 의무화로 인해 수박 농사를 지었지만 출하방법이 전무한 상태다. 파렛트 포장을 고령인 노인이 혼자 할 수도 없어 막막한 상태다.
신건승 농부는 “파렛트 출하를 해보니 비용만 더 많이 들고 남는 것이 없어 농가가 혼자하기에는 벅찬 일”이라며 “수박가격은 10년째 비슷한데 비용만 증가하다보니 이제는 수박농사도 그만 지어야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창 지역 내 농가들이 평균 20여동의 수박 하우스 농사를 짓는데 농가들이 모여 파렛트 거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건승 농부와 같은 작목반에서 농사를 짓는 강성수 참살이 작목반 회장도 파렛트 거래로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성수 회장은 “농가입장에서 물류비용만 증가하고 소비자도 들어간 물류비용만큼 비싸게 사먹는 파렛트 거래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성수기 수박 한통에 5,000원에 거래되는데 파렛트 거래로 추가비용만 2,000원이 발생하고 보장되지도 않는 정책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 회장은 “가득이나 인력부족으로 수박농사를 짓는 것도 힘든데 유통까지 신경쓰다보니 수박농사를 지으려는 농가의 이탈은 수박 재배면적 축소로 이어지는 꼴”이라며 “수박 가격 인상에 서울시가 한 몫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지역 농협도 서울시의 수박 파렛트 거래로 부담감을 갖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낙철 흥덕농협 성내지점 지점장은 “1년 내내 사용하는 시설도 아니고 단지 3개월 사용하려고 선별장을 운영하려다보니 작은 농협에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선별장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른 지역은 보통 20일면 수박 출하가 끝나는데 선별장 운영해 파렛트 거래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흥덕농협도 선별장을 운영하고 확장하려고 하고 있지만 비용문제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내 스테비아수박으로 알려진 송민선 스테비아 작목반 회장은 “앞으로 규모화가 되지 않는 농가는 수박농사에사 이탈되거나 포전거래로 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나아가 포전거래도 일부 대형 상인들이 아닌 이상 수박 포전거래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지금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들여 가락시장으로 파렛트 거래를 하고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방식으로 점차 소농의 이탈을 가속시키는 정책”이라며 “도매시장 내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 농가의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