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
코로나시대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6.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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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농식품 재조명 계기 … 국산농산물 선호 증가
감염우려 밀폐·밀집·밀접한 대면시장 기피
비대면 구매증가 대비 … 외관·맛 등 정보 전달 체계 개발
도매시장, 소비자 요구 대응 기능 강화해야

■코로나19 이후의 농식품 유통환경의 변화와 대응방향

코로나19발생으로 인해 먹거리의 생산·소비·유통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많은 새로운 대응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 비대면 거래방식의 증가와 대응방향

우선 농식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변했다. 소비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구매를 빠르게 늘렸다. 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의 구매는 빠르게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모든 소비자가 피하려는 것이 밀폐·밀집·밀접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이 아날로그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디지털 중심의 산업생태계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 중소기업벤처부에서도 비대면경제과를 신설하여 비대면분야 벤처투자 및 스타트업 활성화와 자연·역사·문화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한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 비대면 분야 활성화 종합전략을 수립·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 하였다. 그만큼 산업의 구조도 급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농식품의 비대면 구매 증가라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까? 이때 중요한 것은 온라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러한 가치는 외관, 맛, 친근감, 편의성 등 실로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는 비대면 상태에서는 그것을 잘 전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가령 농식품이 보유하는 물리·화학적 품질을 단순한 디지털 정보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할 때, 만져 보고나 먹어보는 과정 없이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품질의 시각화도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가령 과일이나 채소의 맛에 대해 소비자 등에게 평가를 받아보고, 그 결과를 점수화하여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도 한 가지 시각화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당도표시를 하는 것을 넘어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정한 의미에서의 ICT기반의 유통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방식만이 아닌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시각화시켜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아이디어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 食의 외부화 진전에 대한 대응방향

한편 소비자가 식사를 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정에서의 식사횟수는 크게 늘었다. 다만 가정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 이외에,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즉석식품 등 조리는 외부에 의존하는 식의 외부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식의 외부화 진전에 따른 생산·유통의 변화도 필요하다.
세대구성의 변화에 따른 먹거리의 외부화가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 국내 채소산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공·외식용 채소의 국산화가 매우 시급하다. 가공외식수요에 대응하는 포인트는 가격경쟁력과 맛과 신선도와 같은 품질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가공·외식업자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확·선별 이후에 등외품이 발생하면 그것을 가공·외식용으로 제공하는 등외품 대책의 일환으로 가공·외식용 채소에 접근하는 방법은 버려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가공·외식용으로 제공되는 채소는 궁극적으로 가정소비용으로 제공되는 채소와 함께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산지 단가가 낮은 가공·외식용 채소를 가정소비용과 같은 생산방법으로 대응해서는 수익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가공·외식용 채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비용과 수요자가 요구하는 가격수준을 파악하여, 수율이 높은 대형규격의 다수확 체계와 기계화체계 등을 확립하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선별간소화를 통한 상품화율의 향상과, 반복사용 컨테이너 등을 통한 포장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판매가격 하락 이상으로 비용절감을 통해 농업소득을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자가 가공·외식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판매단가에 집착하기 보다는 단위면적당 목표소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조리와 식사를 모두 가정 밖에서 해결하는 외식부분은 급격한 침체를 경험하였다. 이로 인해 외식부분에서 소비가 많았던 품목의 일부가 가정소비로 전환되지 못하여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엇다.
농촌진흥청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정소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확인해 본 결과 외식부분에서 많이 이용되던 품목이 가정용 소비자로 전환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손질이 번거로운 품목이거나 요리를 해 먹는 방법을 몰라서가 가장 큰 이유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위한 가공기능을 강화하거나 요리방법을 제안하여 소비를 유도하는 것도 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농산물의 요리방법이나 요리방법을 제안하는 “제안형 판매”가 중요하다. 가령 간단한 시금치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시금치를 다듬는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표기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해 사용해 보고 싶도록 구매의욕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

# 국산농산물의 재도약 가능성과 대응방향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도 바뀌었다. 올해 2월 농촌진흥청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신선농산물의 구입액을 늘렸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33.6%로, 구입을 줄였다는 경우(20.5%)보다 13.1%많았고, 가공식품도 구입액을 늘린 경우가 39.3%로 줄인 경우(17.1%)보다 22.2%많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국산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자가 28.9%로 낮아졌다는 응답(4.6%)보다 7.3배나 많았다. 코로나19를 통해 국산농산물이 재도약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산농산물이 수입농산물보다 우수하다고 확인시켜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무역자유화 및 산지 간 경쟁이 격화될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는 차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차별화를 통해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함이다. 그러나 차별화를 위한 구체적 요인이 불명확하고 단순히 맛(특히 당도)과 외관을 차별화의 기준으로 설정한 곳이 많았고, 지역적 특성에 기반 한 차별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단순히 신토불이정신을 소비자에게 주입할 뿐이었다.
이처럼 객관적인 지역적 특성에 기반을 두지 못하였기에 다른 산지와의 절대적 차별성을 확보하는데도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생산지역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농산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식품을 통한 면역력강화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관심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농식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농식품이라는 것이 단순히 맛좋고 고급스러운 것만이 아닌, 건강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도 중요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각각의 농산물이 가진 영양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가령 채소의 황산화력, 면역력, 해독력 등과 같은 다양한 영양학적 가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분야와 의료분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소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영양학적 가치를 활용하는 마케팅방법은 농가 또는 특정 생산자 단체레벨에서는 실현이 쉽지 않고 만관의 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
가령 제철에 생산되는 시금치와 제철이 아닌 시기에 생산되는 시금치의 채소의 영양소를 비교하여 소비자에 제시함으로써, 제철채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도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과제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가 국산농산물의 판매촉진을 위해 금과옥조처럼 다루어왔던 신토불이도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화가 매우 중요하다.
국산 농식품이 가지는 영양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그것을 제공함으로써, 의약품에 버금갈 정도의 가치 있는 농식품으로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다양한 가치의 농식품에 중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통생태계 조성

이번 코로나19로 다양한 유통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도 확인되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환경농산물이다.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친환경 농산물이 대체수요처를 발굴하지 못하면서 해당 농가의 피해가 속출한 것이다. 학교급식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나머지, 일선학교의 개학 연기 등으로 급식수요가 없어지자 판매가 급속히 위축된 것이다.
향후 GAP농산물이나 친환경농산물 등이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거래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에게 GAP나 친환경농산물의 좋은 점을 설득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편 소비자의 대형마트이용이 급감하면서 대형마트 등과 거래하던 산지유통조직도 도매시장출하로 급선회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가 가장 중시하는 공급의 안정성 확보문제(품질균일성 하락)와 도매시장의 중도매인 등이 가장 중시하는 품질의 균일성 확보문제(공급안정성 하락)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산지는 규모화 된 출하조직과 영세한 개별 출하자가 공존하고 있고, 소비지도 규모화 되고 체인화 된 소매점과 영세 개별소매점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 중간에 위치한 도매시장은 이러한 다양한 산지와 소비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중층적 기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도매시장의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며, 그러한 도매시장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압박하는 것도 생산자의 역할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도매시장을 만들어가고, 이를 중심으로 유통경로의 다양화를 모색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태석박사<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