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판장의 사전적인 뜻은 공동 판매하는 시장이지만 농업인이 생산, 수집, 출하한 농산물을 경매 방식으로 소비자·소매시장에 판매하는 도매시장을 의미한다. 도매시장이 시·도시자가 개설, 관리하는 시장이라면 공판장은 농협이 개설, 관리하는 시장으로 도매시장과 동일하게 거래를 한다.
농협공판장은 1961년 부산에 개설 이후 전국에 82개가 있다. 이 중 농협중앙회가 12개소를 운영하고 70개소는 지역·품목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도에 국내의 과일ㆍ채소류 총생산액의 약 25%의 물량을 거래하였고, 거래금액은 약 3조2천억원에 이르러 최고 판매처임을 보여준다.

일례로 친환경농산물의 판매 해답도 공판장에 있다. 현재 친환경농산물은 판매가 낮고 난관에 봉착했다. 그 이유는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을 이용한 농산물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적고 외관이 좋지 못해 불합리한 가격과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는 차이가 있어 친환경농산물은 경매가가 약하고 이해도 낮다. 학교급식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 광주원예농협 방원혁 조합장은 “학교급식은 공판장에서 60%이상 조달되며 마트, 백화점은 70%를 제공받는다”며 “공판장이 친환경농산물의 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 계몽하는 수단”임을 역설하고 있다. 공판장 홍보를 위해 국가적인 지원, 관리가 필요하며 공판장의 사회적인 책임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공판장은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종합적인 원인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WTO로 인한 농업의 구조적인 변화,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과 이로 인한 대형유통업체의 등장, 외국농산물의 수입증가, 산지직거래, 기후변화 등 각종 농업환경 변화 때문에 공판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농산물은 기계로 균일하게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산품 논리로 공판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근원적인 문제를 진단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 중도매인 지원 시급
공판장은 농협 사업 중 상위개념으로 APC를 비롯한 다양한 산지에서 물량을 수집해 농산물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판장의 핵심 주체는 분산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중도매인이다.
그러나 중도매인이 감소하면서 공판장의 분산기능은 저하되고 있다. 그 이유는 중도매인의 소득보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기침체 등의 요인으로 외상거래가 많아 판매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중도매인은 일반적인 소매상보다는 안정적인 법인체 등을 원하고 있어 거래처가 줄고 공판장의 판매능력은 낮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도매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낮은 농업 위상과 관련이 높다. 따라서 중도매인의 자본 능력을 확대하고 중도매인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한편 중도매인의 감소와 거래처 축소는 판매 감소 외에도 공판장의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거래처가 많아 당일에 모든 농산품을 판매하면 공판장은 활성화된다. 그러나 판매능력이 저하되면서 잔품이 공판장에 재고로 남아 중도매인이 잔품을 소매로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판장이 소매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도매인의 지원과 함께 판매처가 확보가 공판장 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급하다.
# 정가수의매매 공판장 효율성 제고

유통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가수의매매거래란 농산품의 가격을 생산자(농업인)와 소비자가 직접 협상, 거래하는 제도로 양자 합의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고 가격을 정하는 주체는 농업인이다. 농협중앙회 양동완 차장은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반입되지 않고 바로 소비지로 배송되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면적활용도를 높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권장하고 작년 8월23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도 경제사업활성화를 위해 거래물량의 65% 이상을 정가수의매매거래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품목농협 등으로 구성된 전국농협공판장운영협의회(회장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도 2013년 1차 운영위원회를 갖고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가수의매매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 APC 농산물 수집기능 확대
공판장의 판매증진을 위해서는 고품질 농산물의 수집도 필수 요소이다. 따라서 산지유통센터(APC)는 공판장 사업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이다.
APC가 설립되면 공판장은 여러 가지 이점을 얻는다. 선별된 농산물이 출하되고 거래처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공판장의 판매경쟁력은 높아진다. 양동완 차장은 “APC가 산지유통책임기관이라면 공판장은 소비지분산책임기관으로 상호 보완관계가 필요하다"며 APC와 공판장의 유기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공판장의 수집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협과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실제 관내 생산되는 물품만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우며 공판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다양하다. 따라서 농산물의 수집능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주변 농협과 협력, 연대가 필요하다. 일례로 분산능력이 적은 공판장의 경우 인근 다수의 공판장과 함께 출하하는 통합출하유치방식과 영세한 산지공판장은 대규모 공판장에서 격납된 물품과 함께 보내는 전송판매방식이 있다.
이외에도 농업인을 위한 하역인력, 소비자, 소포장, 재포장, 저온시설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공판장 마케팅 등 전문성 강화 역할
품목농협은 농협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경제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따라서 공판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적임자로서 중요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구조개편 사업을 하면서 신경분리 후 품목농협의 역할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따라서 최우선 과제는 경제사업의 최전선에 있는 공판장의 농산물 판매·수집사업을 증진하는 것이다.
먼저 품목농협의 중도매인 지원이 절실하다. 소비자에게 더 높은 신뢰성을 주고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락공판장 등은 마케팅 팀을 직접 구성해서 직접 중도매인의 시장과 판로를 직접 개척하고 있다. 양동완 차장은 “농산물 유통은 거래자에게 신뢰를 주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하다"며 농협 지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하나로 마트 등 품목농협 소매기관은 공판장 중도매인의 물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공판장도 인근 마트, 급식센터, 식자재업체 등을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전국농협공판장운영협의회의 활동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협의회는 올해 사업계획으로 공판장 통합마케팅을 통한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판사업단을 증대하고 공판마케팅팀도 신설해 마케팅 능력을 제고하고 우수 출하처 및 거래인(매매참가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 활동도 중요하다.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중도매인, 출하주, 경매사를 대상으로 교육외에도 품목농협이 추진하는 별도의 교육도 필요하다. 박철선 회장도 “공판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매사, 직원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공판사업을 활성화하자”고 전국농협공판장운영협의회에서 전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품목농협이 공판장을 선도할 적임자로 중도매인의 양성과 지원, 사업 효율성 증대에 매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