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청소부, 생태계의 분해자 ‘버섯’
자연의 청소부, 생태계의 분해자 ‘버섯’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11.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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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무의 힘으로 신비롭게 자라는 버섯은 수천 년 동안 인류와 함께 해왔고, 그 자체가 인간에게 성스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버섯은 한곳에만 살고 식물의 씨앗처럼 포자로 번식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식물로 오해한다. 그러나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균류 중 곰팡이에 속하는 미생물로써 영양분을 얻는 방법이 식물과 다르고 생태계에서의 역할도 완전히 다르다.
식물과 더불어 공생하며 진화해온 버섯은 열악한 환경의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무에게 광물질, 수분, 호르몬 등을 공급하고 나무는 엽록소가 없어 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버섯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건조지역에 서식하는 식물들 가운데 90%가 버섯을 포함한 균근균(菌根菌)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식물의 생존과 사막화 방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버섯은 유기물을 흡수하여 나무에게 공급하는 소비자의 역할도 한다. 나무의 뿌리는 건조한 토양의 표면으로부터 물을 흡수할 수 있지만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버섯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얻어 가뭄에도 살아남는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는 토양, 광물, 공기 등의 무기물로부터 생명활동에 필요한 유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해 생산자가 만들어낸 유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 죽은 생물체나 각종 배설물의 유기물을 식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인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분해자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상의 생태계에 동물과 식물만 존재하고 유기물의 분해가 없어진다면 식물이 이용하는 무기물은 수백 년 내에 소멸하게 되고 식물은 말라죽고 동물도 가까운 미래에 사멸하게 될 것이다. 즉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유기물에서 무기물로 전환되는 물질순환에 의해 수많은 생명체의 활동이 유지되고 안전하고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자연계의 생산자를 대표하는 식물은 광합성작용에 의해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합성된 유기물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소비자인 동물과 생물체의 유기물을 무기물로 환원하는 분해자인 균류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이루어진다. 생태계에서 유기물을 간단한 무기물로 분해하는 환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 균류인데, 균류 중에 유기물 분해의 주역은 진균류이다. 대부분의 버섯은 자낭균류와 담자균류에 속하고, 산림에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 버섯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를 이용하며 강력한 리그닌 분해 능력을 가지고 동식물의 잔해를 분해한다. 또한 강력한 낙엽분해 능력을 가진 버섯은 산림에 있는 낙엽 퇴적물을 분해하여 생활한다. 즉 버섯은 생물이 죽어서 남긴 찌꺼기를 분해, 환원하여 생명이 자랄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자연본연의 상태로 늘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버섯은 ‘자연의 청소부’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만 년 동안 지구상의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자원을 무제한 이용하며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때문이다. 만약 버섯이 없었다면 숲속은 물론 지구 생태계는 동식물의 사체와 배설물로 덥힌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도 버섯은 생태계에서 온갖 유기물을 분해하는 최종 분해자로서, 지구의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농진청 원예원 버섯과 농업연구사 이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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