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석유만큼 중요한 식물유전자원의 보전
원예 시론 / 석유만큼 중요한 식물유전자원의 보전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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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석유’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발국가의 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수요팽창, 다국적 거대 자본의 투기로 인한 과수요 및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주요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 등이 원인이 되어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분명한 것은 현대 산업화의 동력이었던 석유자원이 지구상에서 점점 고갈되고 있으며 재생산이 되지 않고,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에너지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생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비단 석유 뿐 만이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멸종하면 복원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오히려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영토에 자생하는 미래에 가치가 있을 법한 동식물을 하나의 국부로 인식하여 함부로 타국으로 유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타국에 자생하는 것일 지라도 유용한 것이라고 판단이 되면 직간접적으로 수집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식물 유전자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씨앗과 줄기, 뿌리, 잎 등 영양기관이 그것이다. 씨앗의 경우는 온도와 습도가 낮고 일정하게 조절되는 좁은 장소에서도 꽤 많은 것들을 수년에서 수 십 년 간 생명력을 유지한 채로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보전하고 있는 씨앗은 수명이 다하기 전에 다시 받아서 저장하여야 한다.화훼 구근류나 과수류와 같이 영양기관으로만 고유의 유전적 특성을 잃지 않고 보전이 가능한 식물은 예전에는 그 일부를 채취하여 밭에 심기를 반복함으로써 보전하여 왔다. 이렇게 할 경우는 넓은 토지와 비싼 노동력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병해충 피해로 귀중한 식물 유전자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최근 발달한 생명공학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제공하고 있다. ‘기내 미세번식 기술(아주 작은 영양기관 조각을 이용하여 용기 내에서 이루어지는 번식 기술)’은 유용한 작물의 기내 장기보전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육종에 필요한 웅성불임 개체나 반수체, 과수류와 같이 고도로 잡종화된 작물, 종간의 교잡을 통해 어렵게 획득한 종간잡종 식물체 등과 같이 육종과 재배를 위해 직접 활용되는 소재를 기내에서 유지 또는 증식하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뿐만 아니라 영국 큐(Kew) 식물원의 경우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코자하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내 미세번식 기술은 종종 ‘초저온냉동보존(cryo-conservation)’ 기술과 융합되어 활용된다. 식물에서 초저온냉동보존이라 함은 기내 미세번식의 대상이 되는 식물체의 일부를 몇 가지 처리를 한 후 -196℃의 액체질소에 넣어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람의 정자, 난자 및 배아줄기세포 은행을 연상하면 좋겠다.그런데 식물세포는 동물세포 보다 구조와 기능이 복잡한 측면이 있어 초저온냉동보존이 손쉽지가 않아 국제적으로 더 깊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 방법의 장점으로는 영양기관 번식일지라도 공간이 많이 필요치 않고, 곰팡이나 세균 등과 같은 외부 미생물 오염이 어려우며,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감자, 마늘, 사과류, 화훼류 및 열대작물 등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다. 2007년에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산하에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가 설립되었다. 그동안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농업유전자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보전되다가 현대식 시설을 갖춘 곳에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세계 6위인 약 15만5천점의 농업유전자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각 작물에 적합한 기내 미세번식 기술 및 초저온 냉동보존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가치 있는 곳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한증술<농진청 원예연구소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