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병 매몰농가 시설비 지원확대 시급
화상병 매몰농가 시설비 지원확대 시급
  • 윤소희
  • 승인 2022.04.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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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성 비용부담으로 매몰지 방치하기도
경기 화상병 매몰지 절반은 아직 ‘미경작’
화상병 피해농가 매몰 현장(사진 = 아산원예농협)
화상병 피해농가 매몰 현장(사진 = 아산원예농협)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매몰 처리한 농가들이 과원을 재조성할 때 투자비용 부담이 높아 아직 경작을 못하거나 매몰지를 방치하는 농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매몰농가의 빠른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폐원이 되면 덕, 관수시설, 방풍망 등 시설을 다시 새로 설치해야하면서 시설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돼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경기도, 충청도 등 중부권 매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어 지원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경기도 과수화상병 매몰지 보상 농가의 농지 이용실태’에 따르면, ‘과수화상병 매몰지 이용 여부’ 조사 결과 경작 중인 곳이 53.1%인 111곳, 경작을 못 하고 있는 곳이 46.9%인 98곳이다.

경작을 못 하고 있는 곳의 22.5%인 47곳은 임대 계약 변경, 8.1%인 17곳은 매몰지 방치, 7.2%인 15곳은 매몰지 이용 형태 미결정 15곳, 3.8%인 8곳은 토지 처분 등을 이유로 들었다.

매몰지 방치 17곳은 ‘투자비용 부담’과 ‘과수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함’이 각각 29.4%인 5곳으로 가장 많았다. 

구본권 전국품목농협조합장협의회장은 “화상병에 걸리면 폐원을 해야 하므로 다시 과원을 조성할 때 들어가야 하는 덕, 관수시설, 방풍망, 방생팬 등 시설비 규모가 커 많은 농가가 새로 시작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고 정상수확을 위한 육성까지 최소 10년에서 15년까지도 걸리는데 농업인 고령화까지 더해져 많은 매몰농가가 엄두를 못 내고 포기하는 실정이니 시설비 보상을 많이 확대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사과 농가는 “3년간은 화상병에 걸렸던 작물을 다시 심지 못하니 다른 대체작목을 심어야하는데, 대체작목도 시설비가 만만치 않아 아예 포기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안 그래도 생산비가 계속 올라 힘든데 화상병까지 덮치면 농민들은 버틸 수가 없어 많은 지원책이 세워져야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충남 천안의 한 배 농가는 “매몰한 농가들이 새롭게 경작하기 위해서는 나무값 뿐만 아니라, 그동안 들어갔던 시설 설치비용이 다시 들어가야 돼서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게 된다”며 “영농철은 다가왔는데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힘든 마당에 화상병으로 피해보고 나서 경작을 다시 시작해야할 때마저 시설비에 대한 자기부담률까지 높으면 다들 농사 자체를 포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나서서 매몰농가를 위한 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농가의 재기를 빠르게 도울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더욱 더 다방면에서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