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따른 과수 생물계절 변화와 시사점
기후변화 따른 과수 생물계절 변화와 시사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9.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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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개화일 빨라지는 등 생물계절 변화 급증
피해 최소화 위한 예측·예방·저감기술 중점 개발해야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철없다’라는 말이 있다. 철없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할 만한 지각이 부족하여 아이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때 쓰인 철이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계절이나 시기, 때 등을 뜻한다. 즉, 적절한 때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 경우 철이 없다, 철모른다는 말을 사용하고, 이러한 사람을 철부지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철모르는 과수가 문제되고 있다. 배, 복숭아 등이 봄에 꽃이 펴야 할 때를 모르고 평소보다 일찍 피는 사례가 빈번하고, 낮은 기온에 직면하여 얼어 죽는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식물들이 철을 모를 리 없겠지만 기상, 특히 온도에 따라 반응하는 식물의 철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계절이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 1년을 구분한 것이다. 식물 또한 계절의 영향을 받아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데 이를 생물계절이라고 한다. 온대과수 또는 낙엽과수라 분류되는 사과, 배, 복숭아 등이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되고, 겨울철 휴면에 드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생물계절이 시작단계부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과와 배의 개화일이 지난 10년간, 사과 ‘후지’ 품종은 1년에 약 1일, 배 ‘신고’품종은 1년에 1.2일 빨라졌다. 이는 휴면 이후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3월과 4월의 하루최고기온이 연간 0.3~0.4℃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계절 변화의 주원인은 태양과 지구의 위치변화에 의한 천문학적인 현상이어서, 그 변화를 기본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는 관련 예측을 벗어나게 하고 있다.

기상과 생물계절 변화에 대한 국제생물기상학회에 발표된 최근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과의 경우, 2~4월 기온이 1℃ 상승할 때 개화일이 약 3일 빨라지고 3월 강수량이 10mm 증가 시 0.5일 정도 빨라진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생물계절 변화는 해안지역보다 내륙과 산악지역에서 더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사과 주산지의 생물계절 변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은 온대과수의 휴면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저온에 일정시간 노출되어야 이듬해 개화와 결실에 문제가 없는데, 일부 과종의 경우, 따뜻해진 겨울이 지속된다면 재배가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작물의 재배 가능지역을 변화시키게 된다. 사과는 기존 주산지보다는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지역으로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으며, 노지 감귤은 내륙지역까지 재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과수 안정생산 연구를 위하여 강원도 철원에 북부원예출장소를 설립하는 한편, 온난화에 대응한 아열대 작물연구를 위하여 아열대작물 실증센터를 전라남도 장성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추진 시나리오에 맞추어 농업부분 또한 실현 가능한 최대한의 탄소저감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수분야는 생물계절 변화로 발생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예측기술, 예방기술, 저감기술 등을 중점 개발하고 현장보급을 시급히 추진하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과수 품종개발 및 보급, 알맞은 땅에 알맞은 식물을 심는 적지적작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철모르는 농사에서 올바르게 철든 농사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박정관<농진청 원예원 과수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