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과수분야 - ⑦ 포도
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과수분야 - ⑦ 포도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4.12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선호 높은 ‘샤인머스켓’ 이을 당도 등 우수품종 선발 지속

■소비 경향 변화에 따른 품종 개발

◈ 품종 육성 방향
포도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뜨겁다. 2021 농업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샤인머스켓을 알고 있다는 비중이 응답자의 96%,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85%에 이른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는 다른 품종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샤인머스켓 품종의 재배면적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품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샤인머스켓’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최근 소비자들은 유튜브, SNS로 향, 포도 알 모양 등 차별화된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일상 속에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적극적으로 상품평을 남겨 다른 사람의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택배로 받았을 때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포도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유통 적성이 우수하며 재배 관리가 편한 포도를 목표로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당도가 높고 씨가 없는, 과육이 아삭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를 기본으로 다양한 향·포도 알 모양·색을 가진 품종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유통 과정 중 포도 알이 잘 떨어지지 않고 저장성이 좋은 특성을 가진 포도를 선발하고 있다. 포도 생산자들을 위해서는 단초전정이 가능한 특성, 수확기 열매터짐이 적은 특성, 알 솎기 작업을 덜 해도 되는 특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추위에 강한 특성, 병에 강해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특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허윤영<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사>

◈ 주요 품종

# ‘홍주씨들리스’
껍질째 먹는 아삭한 포도

‘홍주씨들리스(Hongju Seedless)’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1996년 ‘이탈리아(Italia)’에 ‘펄론(Perlon)’을 교배하여 얻은 실생 중에서 2013년 최종 선발한 품종이다. 완주에서 비가림재배 기준 9월 중순에 수확하는 품종으로 거봉 품종과 비슷하다. 송이 무게는 500∼600g이고 식감이 아삭하며 은은한 머스켓향이 난다. 외국산 씨 없는 포도 ‘크림슨씨들리스’와 당도(18.3°Bx)는 비슷하지만 산 함량(0.62%)이 적당히 높아 맛이 새콤달콤하다. 씨가 없는 무핵 품종이지만 지베렐린과 같은 생장조정제 처리 없이도 포도 알의 무게가 6.0g으로 큰 편이므로 친환경재배 농가에도 적합하다. 참고로 포도에서 무핵(seedless)은 씨의 크기가 작고, 씨 껍질이 딱딱해지지 않아 이물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홍주씨들리스’의 기능성 물질 9개 함량을 분석한 결과, 에피카테킨, 캠프페롤, 쿼세틴, 레스베라트롤 등 7개 항산화 물질 함량이 외국산 포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암, 항염증,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에피카테킨은 ‘홍주씨들리스’에 100g당 73.6㎎이 들어 있어 크림슨씨들리스(3.1㎎)보다 20배 이상 많았다.
‘홍주씨들리스’는 배수 불량지에 재식하면 여름철 일소, 축과, 열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재식해야 한다. 나무 사이 간격을 어린나무는 3∼5m, 다 자란 나무는 7∼10m로 넓게 하는 것이 좋다. 단초전정 시 꽃송이 발생률이 낮아 3눈 전정이 바람직하고, 흰가루병, 노균병, 총채벌레 방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착립(알 달림)이 매우 우수해 큰 송이를 생산하기 쉬우므로 윗부분 지경 중심으로 솎아내어 과다착립(열매가 많이 달림)으로 품질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한다.
2017년부터 묘목을 보급한 ‘홍주씨들리스’의 재배 면적은 경북 상주, 전북 김제를 중심으로 약 13헥타르(ha)에 이른다. 2018년 포도 경매사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껍질째 먹는 아삭한 식감을 가진 특성, 유통 과정 중 탈립이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점, 저장성이 좋은 점 등이 장점으로 평가 받았다.

# ‘스텔라’
모양과 향이 독특한 도란형 품종

‘스텔라(Stella)’ 품종은 2017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껍질째 먹는 도란형 포도이다. 2002년 포도 ‘네오마트(Neomat)’와 ‘베니피쮸텔로(Beni Pizzutello)’ 품종을 교배하여 종자를 얻었고, 종자를 파종하여 얻은 실생 중에서 생육, 생태 및 과실 특성이 우수한 한 계통을 선발하였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완주, 춘천, 진주 등 7개 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통해 수체 및 과실특성이 우수한 ‘스텔라’ 품종을 최종 선발하였다. 포도 경매사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회에서 외관이 매우 우수하고 과립형이 독특하므로 기존 시장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평을 받았다.
‘스텔라’ 품종은 완주에서 비가림재배 기준 9월 상순에 수확하는 품종으로 캠벨얼리 품종보다 늦고, 거봉 품종보다는 빠른 편이다. 포도알 모양이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도란형으로 독특하고, 당도는 18.5브릭스(°Bx)로 청포도 ‘샤인머스켓’과 비슷하다. 다른 품종보다 산 함량(0.44%)이 약간 높아 새콤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유기산 중 시키믹산(shikimic acid) 함량이 높아 체리 ‘좌등금’ 품종과 비슷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스텔라’ 품종은 단초전정 시에도 신초 당 2개의 꽃송이가 달리며, 과립경이 길어 과립이 밀착하지 않아 송이다듬기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품종이다. 그러나 배수 불량지에 재식하면 여름철 일소, 축과, 열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재식해야 한다. 꽃 피기 전 신초의 생장이 빠른 경우 꽃봉오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나무 자람새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나무 사이 간격을 어린나무는 3∼5m, 다 자란 나무는 7∼10m로 넓게 하는 것이 좋다. 내한성은 거봉 품종과 유사하다.

# ‘청수’
대한민국 와인 품격 한단계 높여

‘청수’는 1965년 숙기가 빠른 ‘세이벨 9110’ 품종과 씨가 없고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힘로드’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수원에서 포도나무와 과실의 특성을 평가하였고, 1990년부터 4년 동안 부산, 나주, 대전, 대구 등 6개 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고급 청포도로 품질이 우수하고 캠벨얼리 수확 후 단경기용 품종으로 유망하다고 인정되어 1993년 최종 선발 되었다.
‘청수’는 선발 당시 씨 없고 수량 많은 생식용 포도로 개발되었으나 소믈리에 평가 결과 화이트와인으로 양조 시 와인색이 아름답고 ‘청수’ 품종 특유의 과일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2008년 양조용 품종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2014년 소믈리에 대상 블라인드 평가에서는 샤르도네(9.8), 리즐링(11.1)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 비해 청수로 만든 와인이 15.0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국제포도와인기구(OIV)에서 인증하는 3대 와인시상식 중 하나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2015년부터 매년 입상하는 등 청수와인의 우수성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청수 와인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특유의 풍성한 과일 향이 한 몫 한다. 청수 와인에는 와인의 주요 향기 성분 중 파인애플, 바나나, 배 등 과일 향을 내는 물질인 이소아밀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와 에틸옥타노에이트(ethyl octanoate) 함량이 샤르도네, 리슬링으로 양조한 와인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와인은 원재료의 품질이 중요한데, 와인용으로 유명한 외국산 포도 품종은 비가 많고 추운 겨울을 가진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아 국내에서 재배할 경우 좋은 품질과 수량 확보가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되는 캠벨얼리, 거봉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녹황색 청포도인 ‘청수’ 품종은 내한성, 내병성이 뛰어나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품종으로 향이 매우 뛰어나고 우수한 양조 적성으로 현재 국내 15개 농가형 와이너리에서 화이트 와인용으로 양조되고 있다.

# ‘아그데’
와인용 품종 … 양조장 신품종으로 선발

양조용 품종인 ‘아그데(Ageude)’는 1999년 캠벨얼리(Campbell Early)와 머스켓 베일리 에이(Muscat Bailey A)를 교배하였다. 교배종자에서 얻은 실생 중 생육 및 과실 특성이 와인 가공에 적합한 계통을 3년간(2018∼2020), 완주, 춘천, 상주 등 6개 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통해 양조용 신품종으로 최종 선발하였다. ‘아그데’ 품종명은 열매가 방울방울 달린 모양새를 뜻하는 순 우리말로 작은 포도알이 모여 있는 송이모양을 의미한다. ‘아그데’ 품종은 당도 19.9°Bx, 산 함량 0.91%로 당도가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산 함량을 유지하고, 과립중(열매무게)도 2.2g으로 작아 양조 시 높은 당도로 무가당 양조 가능하며, 색도 진하게 나오는 등 레드와인 양조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아그데’ 품종의 수확 시기는 9월 상순(완주 기준)으로 캠벨얼리 품종보다 조금 늦지만 양조 시 캠벨얼리에 비해 진한 와인색과 향기물질을 다량 갖고 있다. 또한 2020년 국내 소믈리에 초청 평가회에서 기존 국내 와인 대비 우수한 향과 색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도 ‘아그데’ 품종은 단초전정으로도 신초당 2송이씩 달리며 포도알도 밀착하지 않아 알솎기 노력을 절감할 수 있는 생력 재배형 품종이다. 또한 열과 및 꽃떨이 현상이 거의 없어 수체관리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아그데’ 품종의 보급은 2021년 통상실시 후 2022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