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3.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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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산 환경 변화 따른 생력화·기계화 적합 품종 개발

◈과수분야  -  ⑤ 복숭아
■소비 트렌드 맞춘 신맛 적고 당도 높은 품종 개발해야

◈ 품종 육성 방향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복숭아 육종은 1962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19개의 품종과 1개의 대목을 개발하였다. 2000년대 이전에는 생산성이 높고, 단단하여 유통이 편리한 품종 개발을 목표로 ‘유명’, ‘천홍’과 같이 과실이 크고 수량이 많으며, 비교적 단단한 품종들을 개발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생산·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고품질의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하여, ‘미홍’, ‘유미’, ‘수미’와 같이 강우에도 단맛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맛있는 품종들이 선발되었다.
최근에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소비가 간편한 품종과 소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복숭아가 주로 생산되는 시기는 7월부터 9월까지인데, 그 중 8월에서 9월 상순에 생산되는 중·만생종 비율이 높은 편이다(77%). 따라서 소비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6월에서 7월 상순에 수확될 수 있는 조생종 품종과 9월 상순 이후에 수확될 수 있는 만생종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생활 패턴 변화로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소비 편이성은 미래 과일 소비의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천도 복숭아는 털 복숭아에 비해 크기가 작고, 껍질째 소비가 가능하여 소량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신맛이 강해 소비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최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은 저산미천도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모양이 납작하여 파이처럼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반도형 품종도 먹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기존 국내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성 확대, 새로운 소비시장 창출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온라인 정보 공유, 해외여행 증가로 이색적인 과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반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반도 품종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품종 육성 방향은 그 시대에 맞게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미래의 품종 육성 방향으로는 기후 변화, 노동력 감소 등 미래 생산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에 환경 적응성이 우수한 품종, 생력화·기계화에 적합한 품종 개발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정현<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사>

◈ 주요 품종

# 유명
국내 1호 품종 … 육질 단단

복숭아 ‘유명’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1977년 개발한 국내 1호 복숭아 품종으로 육질이 단단하여 저장성과 유통 편리성이 우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과중은 300g, 당도는 12Brix로 과일이 크고 생산성도 우수하여 농가에 큰 호응을 얻어 재배면적이 확대되었으며, 1992년에는 복숭아 전체 재배면적의 22.7%(2.493ha)를 차지하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복숭아 품종이 되었다. 이후 다수의 신품종들이 개발되어 현재는 약 600ha로 감소하였으나, 지금까지도 국내 5대 품종에 들어가며, 단단한 육질의 아삭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명’처럼 단단한 육질을 갖고 있는 품종을 경육종이라고 하는데, 경육종 품종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명’은 희소가치가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유명’의 실생이나 아조변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경육종 품종이 육성되기도 하며, 해외에서도 새로운 경육종 품종을 얻기 위해서 ‘유명’을 교배친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 천홍
새콤달콤한 향기가 일품

복숭아 ‘천홍’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1993년 육성한 국내 1호 천도 품종이다. ‘천홍’은 기존 천도 품종에 비해 과일이 크고 생산성이 좋아 재배면적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보급 이후 1997년 재배면적이 768ha(7.2%)로 확대되어 천도 품종 중에 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품종이 되었으며, 현재 1,111ha(5.4%)로 확대되어 현재까지도 천도 1위, 복숭아 전체 3위 품종이다. ‘가든스테이트’ 품종의 자연교잡실생에서 선발한 품종으로 숙기는 7월 하순, 과중은 270g으로 다른 천도 품종에 비하여 큰 편이다. 당도는 12Brix이고 조기착색성이 매우 좋아 적숙기 이전부터 수확,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잘 익혀 먹으면 새콤달콤함과 향기가 일품으로 대표적인 천도 품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 미홍
산미 적고 육질 부드러워

조생종 복숭아는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에 수확되는데 장마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당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조생종이면서 잦은 강우에도 맛이 좋은 품종인 ‘미홍’을 2005년 선발하였다. ‘미홍’은 1995년에 ‘유명’에 ‘찌요마루’를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으로 평균 과중은 200g, 당도는 11Brix 정도로 산미가 적고 육질은 부드러워 맛이 매우 좋다. 또한 열과 발생이 적고 착색성이 좋아 봉지를 씌우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비와 노동력 절감 효과도 크다. 남부지역에서는 6월 하순에 출하가 가능하여 수취 가격이 높은 품종 중에 하나이다.
한편 ‘미홍’은 내한성이 강한 것으로도 평가되었다. 2010년과 2013년 이천, 원주, 임실 등 국내 여러 지역에서 동해로 인한 복숭아 나무 고사 피해가 발생하였으나, ‘미홍’은 검증 없이 도입된 품종에 비해 그 피해가 미미하였다. 이는 품종 선발 단계에서 강원도 춘천을 비롯한 전국 7개 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통해 환경적응성 평가를 마쳤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동해 피해가 심각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미홍’이 보급되면서 재배면적이 증가하였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약 170ha 정도 재배되고 있다. 2015년에는 복숭아 ‘미홍’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5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 옐로드림
당도 12.3Brix로 높은 편

맞벌이 가구,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소비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껍질을 깎아야 하는 불편함 대신 간편 소비를 더 선호한다. 천도 복숭아는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털복숭아 보다 섭취가 편리하지만, 강한 신맛 때문에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향과 맛이 우수한 털복숭아 ‘백향’에 과형이 우수한 천도 품종 ‘로매머1’을 교배하여 2016년 ‘옐로드림’ 품종을 선발하였다.
‘옐로드림’의 숙기는 7월 상순, 당도는 12.3Brix로 높은 편이며, 복숭아 특유의 향기가 매우 강하고 산미가 낮기 때문에 식미가 매우 우수하다. 산도는 0.25%로 일반적인 ‘선프레’(0.85%), ‘천홍’(0.79%) 등 일반적인 천도 품종에 비해 1/3~1/4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유통업자와 소비자 패널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옐로드림’ 과실 품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며 특히 당도와 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옐로드림’은 2017년 3월 31일 품종보호를 출원하였으며 2020년 6월 등록이 완료되었다. 2017년 통상실시를 통해 묘목 84,200주에 대한 계약이 완료되었으며 2023년까지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계약 완료된 주수의 예상 재식 면적은 252.6ha로 복숭아 총 재배면적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 저산미와 고당도, 빠른 숙기 등 강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품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홍슬
붉은색 착색 … 과육 단단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977년 ‘유명’ 이후 9개의 백육계 품종을 육성하였지만, 소비자가 선호하는 황육계 품종 개발은 ‘황후’, ‘수향’ 뿐이었다. 국내 황도 생산물량은 8월 중순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장호원황도’가 출하되는 9월 상순에 최대가 되는데, 8월 상순에 수확되는 우수한 황도 품종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8월 상순에 수확되는 황육계 복숭아 ‘홍슬’을 2019년에 선발하였다. ‘홍슬’은 붉을 구슬이라는 뜻으로 붉은색 착색이 뛰어나고 과육이 단단한 것이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과중은 230g 12.5Brix로 식미가 우수하며 착색성이 뛰어나 무봉지 재배가 가능하다. ‘홍슬’의 수확기 경도(65N)는 비슷한 숙기의 황도 품종인 ‘선골드’ 경도(21N)의 약 3배 정도이며, 경육종인 ‘오도로끼’ 경도(75N)에 가깝다. 쉽게 물러지지 않아 신선한 상태로 오래가기 때문에 수확, 유통이 편리한 장점도 있다. 2020년 품종 출원, 2021년 통상실시되어 2022년부터 농가에 묘목이 보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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