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보다 실천이다
공약보다 실천이다
  • 권성환
  • 승인 2025.05.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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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앞다퉈 농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스마트농업, 농가소득 보장, 식량안보, 청년농 육성, 농산물 가격 안정 등 그럴듯한 문구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농민들의 가슴은 그다지 설레지 않는다.

왜일까. 역대 당선인들 모두 선거 때마다 ‘농업을 살리겠다’고 외쳤지만, 임기 말 농업 현장의 평가표는 대부분 낙제점이었다. 단기 처방에 그치거나, 당선 후 우선순위에서 농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농업계가 지금처럼 냉담한 시선으로 대선을 지켜보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는 공약집에서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스마트 데이터농업, 푸드테크 산업, 그린바이오, 케이푸드 수출 확대 등을 내걸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 등 주요 작물의 공급기반 구축, 청년농 육성, 공익직불제 확대, 농업 퇴직연금 도입 등 다방면의 정책을 담았다.

김문수 후보는 ‘물가 안정’을 전면에 내세우며 노지작물과 과수의 수급조절, 유통구조 혁신, 직거래 활성화를 공약했다. 

이준석 후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수부 일부 기능을 통합해 ‘일차산업부’를 신설하겠다는 조직 개편 구상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겠다는 방안도 주목된다.

공약만 놓고 보면 농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선거용 구호와 실천의 간극이 얼마나 먼지를. 실효성 없는 정책은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무책임한 제도는 귀농인을 절망시키며, 무관심은 농촌을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이들에게 국가가 왜 진심을 보여야 하는지, 그 이유는 고사성어 속에 이미 담겨 있다.

누구보다 절실히 지지를 호소했던 후보라면, 누구보다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농촌은 도시의 변두리가 아니며, 농민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다. 이번에도 또 다시 농업이 ‘말뿐인 국정 과제’로 남는다면, 차기 정부 역시 실패한 농정의 전철을 되풀이할 뿐이다.

정치는 말로 움직이지만, 농업은 땀으로 움직인다. 그 차이를 이해한 리더가 이번엔 꼭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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