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인력난, ‘소통’으로 대안 찾아야
수확철 인력난, ‘소통’으로 대안 찾아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9.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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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다 감귤농장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할머니는 올해 수확을 끝으로 대를 이어 가꾸던 농장을 육지 사람에게 팔고 본인도 육지로 가서 남은 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하셨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만 봐 왔던 터라 할머니의 말씀은 낯선 것이었다. 원인은 쇠약해진 몸과 수확철 인력 부족, 벌어도 농장 운영비로 다 써버려야 하는 반복되는 악순환에 있었다.

결국 몇 대에 걸쳐 조상이 물려준 땅을 타지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적게나마 노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 무렵, 제주도청에서는 인력난 해소의 방편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해 타지 사람도 감귤수확 일손을 도울 수 있도록 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했다. 농촌체험과 관광을 무료로 할 수 있다니, 낭만적인 노동조건에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수확철 인력이 부족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농가의 처지는 생각도 못 한 체 말이다.   물론 농가의 인력난은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는 평년보다 2주 빠른 추석을 맞은 탓에 과일 수확철도 덩달아 빨라졌다. 추석 성수품 공급에 맞추기 위해 손이 빠르고 수확 경험이 있는 인력이 필요하지만 농촌인력의 대부분이 70대 고령층으로 무리한 노동을 감행하기 어렵다. 매년 수확철이면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인력을 해소해 주지만 인력중개업소의 수수료 인상과 언어 차이로 인한 소통 문제를 감수해야한다.

정부에서는 ‘농업분야 인력육성방안’ ‘영농정착 지원 사업’ 확산 등 도시에 편중된 젊은 인력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귀농을 선택한 젊은이들도 수확철이 되면 인력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귀농과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농가의 인력난 문제는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농가의 수확철 인력난 문제는 농가와 지자체, 농식품 관련 정부 기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환경개선과 임금 문제 해결, 나아가 문화와 관광까지 연계되는 다양한 분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폭넓은 대안을 기대해 본다.

/최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