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의 품종 다양화 필요해
포도의 품종 다양화 필요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7.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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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미용·풍요 등 인류문화에 깊숙히 자리잡아
‘껍질째 먹는 씨없는 포도’ 새로운 포도 소비 트랜드로

포도는 당분과 수분이 많아 피로해소에 좋고, 비타민 A, B, C, D 등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체질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미인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가 즐겨먹던 과일도 포도이고 우리나라 미인 배우들이 포도로 몸매를 가꿔왔다는 뉴스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포도는 그리스 신화나 성서에 중요하게 언급되어 있고, 현재까지도 성찬 의식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동서고금의 수많은 문학·예술의 소재로 다뤄져 왔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산화제, 소화제와 이뇨제 등의 의약품으로 사용돼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림, 벽화, 기와 등 많은 문화재에 포도가 풍요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결론적으로 포도는 건강, 미용, 풍요, 행복 등을 상징하며, 인간이 관여하는 문화에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럼 위에서 언급한 포도들은 어떤 종류의 포도일까 궁금한 생각이 든다. 클레오파트라가 씨나 껍질을 뱉어 내면서 포도를 먹는 모습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고전 영화에서도 포도 먹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씨나 껍질을 뱉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도 품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은 크게 유럽종, 미국종, 교잡종으로 구분하고, 약 6,000∼8,000여 품종이 알려져 있다. 유럽종은 전 세계 재배 품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품질이 우수한 편이고, 미국종은 불량 환경에 강하나 유럽종 품종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다. 교잡종은 유럽종과 미국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으로 품질이 우수하며 환경 적응성이 뛰어나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돼 소비되고 있는 포도는 유럽종이며 전 세계적으로 교역되고 있는 포도 역시 대부분 유럽종이다. 이들 포도는 껍질 분리가 되지 않고 ‘레드 글로브’를 제외하고는 종자가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유럽종 포도를 먹었을 것이고, 포도를 먹을 때 씨나 껍질 뱉는 모습이 없는 영화나 명화 속 포도도 분명 유럽종 포도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 왔던 ‘캠벨얼리’나 ‘거봉’ 품종은 미국종 포도 특성이 강한 포도로, 유럽종 포도와는 확연히 다른 포도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포도 소비트렌드는 ‘껍질째 먹는 씨 없는 포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갖춘 포도는 바로 유럽종 품종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종 포도는 포도색이 녹색, 녹황색, 자흑색, 적색, 보라색, 오렌지색, 검정색, 분홍색이고, 포도알 모양은 원형, 계란형, 네모형, 오각형, 손가락형, 고추형이다. 포도 향기는 머스캣향, 캐러멜향 등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포도의 상징성들을 느껴 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포도를 경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는 ‘캠벨얼리’, ‘거봉’만을 섭취해 포도의 다양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한정된 ‘포도’의 틀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포도’를 먹어 봤으면 한다.
아직까진 시장에서 국내산 유럽종 포도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농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형식으로 소량·유통되어 일반 소비자가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도 소비트렌드가 바뀌어 소비자들이 유럽종 포도를 많이 찾게 되면 그만큼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고, 어느 순간 시장에서 유럽종 특성을 지닌 국내산 포도를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노정호<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