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공급과잉 시대 ‘출하선택권’ 농민에게 돌려줘야
농산물 공급과잉 시대 ‘출하선택권’ 농민에게 돌려줘야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03.1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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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 경매제 농민보호 못해 … 유통환경 변화 필요
도매법인, 가격혼란 등 여러 문제발생 우려 ‘시기상조’
지난 6일 겨울대파 생산자들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대파값 하락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겨울대파 생산자들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대파값 하락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대파 생산자들과 출하자들은 설 곳이 없다. 대파 한단 출하비용은 800원이고 물품대는 최저 400원에서 1000원인데 2018년 최저경매가가 100원이었고 2019년 최저 경매가는 500원이니 말문이 막힌다.”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전남 겨울대파 생산자회 회원 100여명이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서 “대파값 하락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전국대파생산자회(준) 곽길성 위원장은 “가락시장의 경매제가 생산자나 출하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수수료를 받아가는 도매법인과 공사의 역할이 무엇이냐”며 성토했다.

또한 제주 양배추, 무 등 겨울채소류가 폭락하면서 제주농민들도 하소연 하기는 마찬가지다.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양배추의 8㎏ 그물망 기준, 최근 5년 평균가격은 5,870원이었지만 지난 1월에는 3,000원 대까지 하락하면서 산지에서는 밭을 갈아엎는 허망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농산물이 과잉생산 되고 있지만 도매시장이 물량조절을 통한 가격결정 기능을 원활하게 못하기 때문에 가격파동은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즉,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수산물 포함)이 있지만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오기 전에 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견인할 수 없게 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산물을 갈아엎는, 산지폐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거래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수의 유통전문가는 “농산물거래 대부분이 상장경매로 이뤄지고 있지만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며 “농가의 출하선택권 확보와 도매시장 활성화, 유통채널 다변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거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매제가 주류를 이루던 일본도 1999년 법 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경매제를 폐지했다. 또한 2018년에는 중앙도매시장 개설에 민간을 추가하는 등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과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했다. 복수의 유통 전문가는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기존제도의 틀에 얽매여 있어야 하는 것이냐”며 “가격폭락의 사태를 막고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시장도매인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도매권역1공구(채소2동)에 대한 실시 설계시 시장도매인 15개 점포를 설계에 반영하는 등 단계별로 추진, 가락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시장도매인제에 대해 생산자 즉, 출하주에 대한 권익보장과 투명성, 공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수년째 이어온 논쟁이 이번 업무계획으로 재점화 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복수의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는 “가락시장을 34년 동안 키워온 주역은 도매법인이 이었고 농산물 가격결정권이나 농가소득 제고 및 시장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며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가격혼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겠냐”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시장도매인제는 지난 2004년 서울강서도매시장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사)시장도매인연합회 이구복 회장은 “시장도매인제는 유통단계를 3단계로 줄여 단위면적당 처리물량이 경매제 대비 289%에 달할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파렛트화 등 물류효율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제 출하주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2015년 한국갤럽) 대금정산의 불안정성도 73.3%가 신속하고 83.7%는 안정성을 확보, 일부 농민단체의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경매제 대비, 출하선택권 확대, 유통단계축소, 유통효율성을 제고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

시장도매인제 시장에 출하하는 복수의 농업인은 “시장도매인제 시장에 출하하면서 가격을 높게 받고 있으며 우려하던 정산문제로 인해 한번도 애를 태운 일이 없었다”며 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이후 지난 10여년간 가격진폭에 대한 효과는 있었는가 그리고 당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했느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온 것이 없다”며 “단순히 거래제도 하나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매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전체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현출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경매제를 거의 폐지할 정도로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국내도 출하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장해 시장이 거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락시장이 싸구려 물건만 들어온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상황에서는 품질 좋은 농산물이 오지 않는다”며 “경매제가 없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수의 유통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확대와 함께 시장도매인제 등을 도입, 출하선택권을 확대하고 시대변화에 맞는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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