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과연 만능인가?
냉장고는 과연 만능인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6.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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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작물 저온저장후 상온유통시 저온장해 발생
과채류 저온저장 억제위해 기능성 포장재 이용

흔히 농산물을 오래 신선하게 저장하려고 마트에서 채소를 구매하자마자 냉장고로 직행한다. 그러면 냉장고는 과연 만능인가? 대답은 아쉽지만 아니다.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풋고추를 사서 냉장고에 저장해 봤을 텐데 며칠 지나지 않아 찌개에 넣으려고 보니 겉은 멀쩡한데 갈라보니 씨가 새까맣게 변해있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채소 중에서 일반적으로 소비가 많은 고추, 오이, 가지, 호박, 참외, 파프리카 등 과채류들은 원산지가 아열대지방이라 저온에 민감하다. 바나나는 일반적으로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나. 이들 채소들을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국내의 대부분의 냉장고는 냉동고는 –20도, 냉장실은 4도로 설정되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대형 양문형 냉장고에는 생선칸, 김치실, 야채실 온도도 낮게 설정되어 있어 저온에 민감한 채소, 과일을 오래 신선하게 보관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예를 들어, 고추는 한계온도 7도 이하에 장기 저온저장 시 종자가 갈변되고 겉에 핏팅(pitting) 현상 등 저온장해가 발생한다. 오이랑 가지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냉장고 야채실에 넣어두면 겉이 쭈글해 보이거나 잘라보면 씨가 검게 변해있다. 이러한 저온장해 현상은 저온에 저장 중에 나타나는 것보다 저온 저장 후 상온 유통 기간 중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요즘 칼라 푸드로 각광 받고 있는 과일 토마토의 경우도 냉장고에 저장 중에는 멀쩡한데 유통 중에 과실표면에 움이 파인 것 같은 수침현상이 발생하여 못 먹게 된다. 알고 보면 우리가 자주 먹는 채소 과일의 대부분은 아열대 작물로 보관해 먹으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던 일일 것이다.

이런 저온장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채소 과일의 저장온도를 높이는 거나 포장을 해서 보관하거나 수확 후 전처리를 하기도 한다. 즉, 과채류의 저온저장을 억제하기 위해 각 작목에 수확 후 특성에 맞는 기능성 포장재를 개발해 이용한다. 또한 과채류의 저온장해가 발생하는 기작을 연구하여 이를 통해 메틸자스몬산이 작목의 항산화능을 증진시켜 토마토, 고추에 저장 중의 핏팅, 종자갈변을 억제한다는 점을 활용하여 이런 화합물을 수확 후 저장 전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안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 쉬운 방법으로 아열대산 과채류를 오래 저장할 수  있을까? 냉장실 온도도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 어떨까. S전자 마케팅팀에게 부탁한다.
똑똑하지만 바쁜 요즘 주부들을 위해 한 열흘 정도는 상할 걱정 없이 신선하게 풋고추 된장 찍어먹을 수 있게 8도 온도로 셋팅된 과채류실을 한 칸 만들면 안될까?

수박, 참외 등 시원한 과실을 많이 찾게 되는 여름이다. 그렇다고 냉장고만 믿고 오래 두지는 말자. 건강을 위해 제철에 수확한 후 신선할 때 채소, 과실이 웰빙(Well being) 할 때 자주 먹는 웰빙(well being)의 삶을 살자.

■박 미 희<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