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삼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인삼의 수출액은 2017년 현재 약 1억6천만 불인데 이 중 99% 이상이 홍삼, 백삼과 같은 인삼 가공품이다. 수삼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집계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소량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고 동남아, 중동 등지에서 수입 요구도가 높아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큰 품목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 대량수출을 성공한 사례는 없다. 안타깝게도 수출 시 현지에서 손실률이 높아 실패했거나 품질유지가 어려워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가 많았다. 수삼은 수출이 불가능한 것일까?
지금까지 소량 수출되었던 과정을 보면 세척 후 진공포장 방식으로 항공 수송하였고 현지에서 재포장 과정을 거친 다음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갈변, 이취 등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부패율도 높아 손실이 크다고 이야기 한다. 수삼 수출과 관련하여 민원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거의 모든 질문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포장 방법이 무엇이냐’였다. 그러나 포장 방법 하나만으로 품질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삼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1차적인 문제가 있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2차적인 문제가 있어 포장방법 개선 만으로는 이를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삼 수확 후 관리 과정은 오로지 국내에서 현지·소량 판매만이 가능하도록 할 뿐이다. 수확 직후 흙이 묻은 상태인 수삼을 75kg씩 두꺼운 비닐과 종이상자에 담아 –2℃ 이하에 저장하는 현재의 방식은 저장·유통 중 손실률을 높이는 최적의 조건이다. 수확 시 상처가 나고 흙이 묻은 수삼은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오염이 되어 있는 상태이고 대량의 수삼이 포장되며 발생되는 상자내부의 높은 호흡 열과 과습 상태는 미생물 부패를 조장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부패율을 낮추기 위해 현장에서는 저장온도를 –2℃ 이하로 내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수삼의 조직이 동해를 입게 되고 이는 유통 중에 갈변과 부패로 나타나 손실률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출을 위한 수삼의 원물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즉, 저장 중에도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저장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세척기술도 매우 중요한데, 현장에서는 홍삼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세척기인 드럼식 텀블러 세척기를 사용한다. 이 경우에 세척 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많아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유통 중에 품질의 열화가 가속화 된다. 그리고 세척 후 적절한 온도로 표면건조가 완전히 이루어져야만 유통 중 품질이 유지된다. 그런 다음 인삼에 적합한 포장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성공적인 수삼 수출을 위해서는 이렇듯 체계적인 수확 후 관리 기술의 투입이 필요하다. 인삼은 1,500년 이상의 재배역사와 더불어 처리하는 방식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예전의 방식을 쉽게 바꾸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수삼의 손실률을 낮추고 수출 등 유통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는 수삼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수확, 저장, 세척, 포장 기술이 투입되어야만 한다. 특히 수삼을 수출하고자 하는 업체는 단편적인 기술의 적용보다는 일련의 체계적인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유통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고 꾸준히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 명품인 인삼. 한국인삼의 명성만큼이나 수삼의 품질과 상품성이 세계 최고가 되기를 바라며 세계 곳곳에서 반가운 수삼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지현<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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