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천사의 선물’ 그린 파파야
자연이 준 ‘천사의 선물’ 그린 파파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10.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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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과 관련해선 ‘기후변화’와 연관된 단어들이 많이 이슈가 된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아열대, 농작물 재배지 변화, 망고, 파파야, 오크라, 얌빈 등 생소했던 수많은 단어들이 이젠 일상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채소용 그린 파파야’라는 말은 3∼4년 전 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단어다.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서는 자기를 알아달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파파야를 나무라고 알고 있지만 파인애플이나 바나나처럼 초본식물이다.

파파야(Carica papaya L.)는 멕시코 남부에서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파파야과(Caricaceae), 파파야속(Carica)에 속하는 식물이다. 16세기경 스페인의 탐험가 콜럼버스가 남미대륙에서 처음 발견하여 천사의 열매라고 불렀던 열매, 익으면 밝은 오렌지색으로 남국을 상징하는 열매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파파야가 과일보다는 채소로서 더 많이 이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채소용으로 이용되는 그린 파파야에는 ‘파파인(papain)’이라고 하는 식물효소가 풍부하다. 그린 파파야 표면에 상처를 주면 우유빛깔의 흰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주성분이 이 효소다. ‘파파인’ 효소는 단백질 분해 능력이 뛰어나 고기의 연육제 뿐만 아니라 소화촉진, 다이어트와 면역력 향상, 미백, 보습효과 등에 좋다. 태국에서는 대표적인 요리로 그린 파파야 샐러드인 ‘솜땀(somtam)’이 있고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추나 상추, 호박처럼 집집마다 그린파파야를 즐겨 키운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트란 안 홍’감독에 의해「그린  파파야 향기」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아주 친숙한 과실이다.

1951년 베트남의 사이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부잣집의 종으로 팔려간‘무이’라는 착한 소녀가 남몰래 사모하던 주인집 도련님의 친구인‘쿠엔’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는 무이가 그린파파야 열매를 따서 채를 치는 장면과 함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란색이고, 또 잘 익은 파파야는 달콤한 설탕 맛이다”라고 글을 배우면서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파파야 재배는 2000년도 초부터 시작되어 전남, 충남, 제주 등을 중심으로 4.6ha에 300∼400톤 정도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문화 가정이나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먹는 에스닉 푸드(ethnic food)로서 소비가 주로 이뤄진다. 에스닉 푸드는 각 나라의 고유한 민족적인 음식, 그 중에서 주로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서아시아 등 제3세계 음식을 의미한다. 이처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음식문화가 바뀌면서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파파야가 한식문화 속에 자리매김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미래 기후변화 예측자료를 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10.1%가 아열대지역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2080년에는 62.3%가 된다고 한다. 앞으로 정원 곳곳에 파파야가 심겨질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김성철<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