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의 효용(效用)
화훼의 효용(效用)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8.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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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매우 로맨틱한 연구결과가 있다. 프랑스의 브리타니 대학의 니콜라스 게구엔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꽃의 존재에 따라 여자는 처음 만난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여 전화번호를 쉽게 전해주게 된다고 밝혔다. 연애를 할 때 꽃이 사람의 매력도를 향상시킨다는 결과인데 대체 어떠한 작용을 하는 것일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씨앗이 싹이 트고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면 당연히 기쁘다. 이 기쁨을 굳이 나누어 생각해보자면 꽃과 자연은 사람에게 심리적, 사회적, 인체 생리적으로 영향을 준다. 사실 자연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숲은 동물과 사람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주고 꽃은 열매를 얻기 위해 핀다. 하지만 자연은 신비로운 아름다움 속에서 심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영향을 줘 사람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

사무실에 꽃과 식물이 있으면 직원들의 생산성이 12% 높아지거나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또 소비자에게 구매 욕구를 높이고 매장에 더 오래 남아있게 한다는 연구들도 있을 정도이다. 더욱이, 꽃의 향기는 사람의 감정과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장미 오일, 향기가 있는 꽃 등이 있는 장소에서는 웃음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과학적인 실험 결과도 있다.

이런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효과는 결론적으로는 우리의 건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실제로 꽃이나 화분을 병원이나 사무실에서 키우면서 공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기침을 감소시키고 눈과 피부의 피로감을 덜어준다. 장기 입원 환자들의 회복을 촉진시키기도 하며 두통, 메스꺼움 개선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의학이나 미국의 인디언들은 꽃이나 화훼 작물을 약으로 쓰기도 하므로 이런 약리적인 부분들을 재조명하여 새로운 산업 분야에 대한 개척도 세계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 원예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신체 활동, 식물을 보고 느끼면서 얻는 원예 치료 효과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꽃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약 1억5천만 년 전인 백악기 중엽으로, 수렵을 하던 인류가 자연적으로 발견하여 이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움과 향기를 가진 꽃은 어느새 단순한 ‘식물’ 이상의 의미로 변화하여 꽃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꽃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화훼어(花卉語)가 따로 있을 정도이며 기독교에서는 백색의 나리(百合)가 성모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꽃은 그림, 시, 조각, 공예, 음악 등에 예술적 영감을 주는 소재로 사용되었는가 하면 결혼식의 부케, 장례식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선물로 이용된다.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화훼 산업이 어려운 국면에 마주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내부적으로 부정청탁금지법과 산업전반의 어려움 등이 화훼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각자의 머릿속에 유토피아를 그려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장소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그 안에 꽃이 만발한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꽃과 나무는 우리 생활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인이다. 꽃이 필수영양소처럼 우리 생활에 늘 가까이하며 그 가치와 효용이 널리 퍼져 이것이 화훼산업 전반을 바꾸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강윤임<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