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으로 건조한 사막 같은 지역과 저온에 노출되는 곤충은 휴면 혹은 휴지와 같은 행동 및 대사적응을 통해서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면 외에도 곤충은 성충으로 발육하는 동안 유충 혹은 번데기 시기의 영기 수 변이, 성충의 산란수 제한, 알 혹은 번데기의 형태변화, 성충의 다형현상(polyphenism) 등을 통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적 변화 외에도 대사율의 변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구성요소 및 생성량의 변화, 유전형질 표출의 변화 등 생리생화학적인 변화를 통하여 곤충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온도에 대한 내성을 보여주는 열충격 유전자(heat shock gene)는 빠른 표현형의 변화를 통하여 온도에 대한 빠른 적응성을 보여주고 다형현상과 관련된 유전형의 변화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충 암컷이 경험한 환경영향이 다음 세대의 표현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암컷환경영향, maternal environmental effect), 집시나방(Gypsy moth, Lymantria dispar L.)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세대 알의 영양물질에 감소를 가져오고 결국은 성충의 분산 능력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수컷환경영향은 생식력의 질적인 부분 즉 생성되는 정자의 특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색체내 DNA의 형질변화와 관련된 후생유전학적 메카니즘(epigenetic mechanism)의 발견은 암컷 및 수컷환경영향으로 생긴 변화가 다음세대에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주요 후생유전학적 메카니즘은 뉴클레오솜과 다른 세포성분들의 상호작용, 개조된 메틸화반응(methylation)패턴이 포함된다. 유전자의 메틸화반응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키거나 유전자 발현과 관련된 반응경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변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유전자의 개조된 메틸화반응은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조된 메틸화반응이 휴면 혹은 휴지유기와 날개 근육 및 날개 크기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면 곤충의 비상능력과 이상기후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작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해충이나 현재는 문제가 되고 있지 않으나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해충의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난 방향으로 후생유전적 메카니즘을 발달시킨다면 예상할 수 없는 커다란 재해가 올 것으로 추론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문제해충 및 잠재해충에 대한 지속적인 생리생태의 관찰과 생리생화학적인 반응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안정준<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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