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운 겨울이 되면 만병의 근원인 독감이 유행하게 된다. 특히 노약자들은 필수적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 독감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은 질병에 걸리고 나서 치료를 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나, 살아가면서 병은 걸린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물인 농작물 재배 시 발생하는 병 피해도 발생 전에 방제 약제를 예방적으로 살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물인 농작물은 병이 발생하여 피해를 받은 부위는 어떤 치료를 해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원예작물의 예방 약제를 살포할 땐 농작업 일지를 작성하여 병해충 발생 시기를 기록해 두면 좋다. 병해충은 이듬해에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환경조건일 때 발생하기 되는데, 그 발생하는 시기 1~2주 전에 방제약제를 적기에 미리 살포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식물에 병이 발생하는 현상을 흔히 기주식물, 병원체, 환경조건을 3변으로 하는 삼각형으로 표시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식물병 삼각형’이라고 한다. 즉, 삼각형 한 변은 이들 3요소 하나씩을 나타내며 각 변 길이는 발병을 조장하는 특징들 합과 비례한다. 예를 들어, 식물이 저항성이고, 식물 성숙정도가 발병에 부적당하며, 재식거리가 멀면 기주 쪽 변이 짧아져서 병 발생량은 적거나 없다. 반면에 식물이 감수성이고, 식물의 생육정도가 발병에 알맞으며, 재식거리가 가까우면 기주 쪽 변은 길어지고 발병 가능성은 커진다. 마찬가지로, 병원균 쪽에서도 병원성이 강할수록, 병원체 수가 많을수록, 병원체 활성이 높을수록 병원체 쪽 변 길이는 길어지고 병 발생량은 많아진다.
또한, 환경조건(온도, 습도, 바람 등)이 병원체에 알맞게 작용하거나 기주 저항성을 감소시킬수록 병원체 쪽 변 길이는 길어져 발병 가능성은 증대된다. 이러한 3가지 요소가 정량화 되면 삼각형 면적은 해당 식물체 또는 식물 집단 발병량을 나타낸다. 이들 3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0’의 값을 가지면 병은 발생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3요소를 병이 적게 발생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식물병 방제 기본이 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한 집에서 살다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이사를 할 경우 먼저 이사 갈 집을 청소를 깨끗이 하고 짐을 옮겨서 이사를 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농업인들이 새로운 농장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시설물을 만들어 농사를 새롭게 시작할 경우 이랑과 관수 라인만 깔고는 바로 정식하여 재배를 하게 된다. 이 경우는 우리가 이사할 때 청소를 하지 않고 짐만 옮겨서 바로 사는 것과 같다.
이렇게 살다보면 집안 식구들의 건강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새로이 농사를 시작 전에 청소의 개념으로 예정지 관리(토양 분석, 토양 및 시설 소독, 이랑 형성 등)를 하지 않고 농사를 시작한다면 농작물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사전 점검, 예방소독 등을 먼저 수행하고 새로이 농사를 시작한다면 건강하고 풍성한 수확물을 생산하는 안전농산물 생산 농사가 될 것이다.
■이성찬<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