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안정생산 골칫거리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병’ 해결책 보여
고추 안정생산 골칫거리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병’ 해결책 보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6.11.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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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고추는 그야말로 ‘한국의 맛’을 책임지는 핵심 중의 핵심 식재료이다. 맵고 짜릿한 고추의 맛은 우리나라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고추는 건고추 (고춧가루)와 풋고추의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최근 딸기에 채소 생산액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국내 고추 총생산액은 연간 1조 원대에 이르는 중요한 작물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추 종자는 세포질-유전자적 웅성불임성(CGMS)을 이용한 일대잡종(F1) 품종이고, 일대잡종 품종 육성에 관련된 고추 육종 기술 또한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런 우수한 고추 육종 기술력으로 고추 종자는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수출액은 약 700만 달러로 채소 종자 수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이러한 수출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추의 안정적 생산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요인 중 하나는 식물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 발생 양상도 고추 재배품종, 포장 환경 등의 재배환경의 변화와 함께 달라질 수 있다. 1990년 초반에는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PMMoV) 및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가 제일 많고, 잠두위조바이러스(BBWV2),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고추모틀바이러스(PepMoV) 및 PMMoV가 복합적으로 발생되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마다 바이러스 피해가 반복되는 원인은 고추 바이러스에 대한 농약이 전혀 없으며, 고추 재배 특성상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많은 해충들을 확실하게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이 신통치 않다는 데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바이러스 저항성 고추 소재들이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식물의 저항성은 식물체 유전자들에 의해서 조절되는 현상이며, 외부 공격자인 바이러스 및 병원체들에 대해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저항성 도입의 성공적인 예로 PMMoV 저항성 고추 품종의 개발 및 보급이다. PMMoV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고추 유전자원들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통해 저항성 유전자원을 선발 및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상업용 고추 종자에 도입하여, 현재 PMMoV병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되었다. 이 PMMoV 저항성 유전자는 거의 모든 상업용 파프리카 품종들에도 도입되어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추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병원체는 CMV이다. 그럼 이쯤에서 ‘CMV 저항성 유전자들이 있는 고추 유전자원 또는 소재들을 찾아서 앞선 경우처럼 착착 도입하면 되는데 왜 못하지?’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질문의 답으로 첫 번째는 고추 유전자원들에서 CMV 저항성 유무를 판별하기 어려우며, 두 번째는 CMV 저항성 고추 유전자원을 찾게 되면 유전양식, 식물병리학적 특성 평가 등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 과정에 여러 해 시간이 소요된다. 세 번째는 설령 확실한 CMV 저항성 소재를 찾더라도 같은 종인지 혹은 다른 종인지에 따라서 전통적 교배육종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네 번째로 전통적 교배육종법으로 농업인들이 사용할 만한 품종으로 개발되기까지 긴 역교배 기간, 포장 저항성 검정 등 5∼10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바이러스는 보통 변종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 품종들을 시험재배 하면서 반복적인 병 저항성 검정 등을 수행해야 한다.

많은 국내외 고추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 덕택에 운 좋게도 골칫거리 CMV에 대한 저항성 고추 유전자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CMV 저항성 고추 유전자원에 대한 다양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여 유전양식, 재배 특성 분석, 바이러스 병 저항성 병리학적 특성 분석을 활발히 연구를 수행 중이다. CMV 품종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검정 및 연구 등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만, CMV 저항성 고추 유전자원을 확보하여 추후 연구 및 품종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및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이번에 찾은 CMV 저항성 유전자를 이용한 전통교배육종으로 CMV 감염 피해를 줄이는 날이 아마도 먼 미래의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윤주연<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사>